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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이대호에 기대하는 또한가지는 짭짤한 수입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11-14 14:06


일본프로야구 오릭스가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이대호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오카다 감독을 비롯해 구단 전체가 이대호 붙잡기에 나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력 보강이다.

올시즌 오릭스는 승률 0.0001 차로 퍼시픽리그 4위에 그쳤다. 투수력에 비해 타력이 약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주축 타자인 T 오카다, 사카구치 도모타카, 고토 미쓰타카 등은 모두 왼손 타자. 오른손 거포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이대호를 영입한다면 중심 타선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오카다 감독은 최근 "내년 시즌 오릭스 4번 타자는 이대호"라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탄'도 충분히 준비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오릭스가 이대호를 영입하기 위해 2년간 최대 5억엔(약 73억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등장한 이대호의 몸값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오릭스는 일본내에서 부자 구단은 아니다. 요미우리나 주니치처럼 큰 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할 정도로 구단 운영이 여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선수를 데려오면 본전을 뽑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올시즌 증명됐다. 올해 초 오릭스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박찬호와 220만 달러(약 25억원)에 계약했다. 앞서 요미우리에서 나온 이승엽과는 1억5000만엔(약 22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둘을 데려오는데만 약 47억원을 투자했다.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투자 대비 효용가치는 크지 않았다. 박찬호는 시즌 초반 반짝 1군에 머물렀을 뿐 이후 부상 때문에 2군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이승엽은 1군을 지켰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릭스는 손해 나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 성적 외에 다른 부가적인 요인에서 팀에 큰 플러스가 됐다는 판단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와 야수를 데려오자 한국 방송사에서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에 여러 업체에서 광고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오릭스는 엄청난 이윤을 챙겼다. 실제로 두 선수의 연봉 이상을 뽑았다는 이야기가 구단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

무엇보다 한국내에 오릭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금융 및 각종 사업을 하고 있는 오릭스는 한국내에서도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릭스와 남아 있는 1년 계약을 포기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이승엽은 지난 13일 프로농구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귀국 후 처음으로 얼굴을 보인 자리였다. 이승엽은 이대호의 오릭스행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오릭스가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가지 않겠냐"며 "오릭스 입장에서도 한국 선수를 데려가서 손해날 게 없다.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큰 효과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승엽이 일본에 있는 동안 통역 역할을 한 정창용씨가 오릭스에 남은 것 역시 오릭스 구단이 한국 마케팅을 겨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이대호가 오니까 남아 있다는 것 보다는 오릭스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마케팅을 하기 위해 (정)창용이와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릭스 관계자는 한국 마케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준 바 있다. 지난 2월 오릭스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미야코지마에서 만난 오릭스 관계자는 "이승엽과 박찬호가 끝이 아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한국 선수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올시즌 이후엔 이대호가 후보가 될 것이며 그 뒤엔 류현진, 김광현 등이 영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오릭스는 이미 장기적인 플랜을 짜 놓고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오릭스는 올시즌 박찬호와 이승엽을 영입해 많은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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