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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없는 절망은 없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⅓이닝 동안 강력한 직구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포크볼로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7타자를 상대로 6개의 탈삼진. 조용한 센세이션이었다. 18일 광주 LG전에서 그는 또 한번 마운드의 지배자로 우뚝 섰다. 3-3 동점이던 7회초 1사 만루. 선발 서재응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심동섭은 이진영에게 바깥쪽 변화구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기세가 오른 심동섭은 4이닝 동안 LG 타선을 단 1안타로 꽁꽁 묶었다. 올시즌 최다인 54개의 투구수. 힘이 빠지기 전까지 그는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LG의 핵심 좌타자들을 상대로 탈삼진 4개를 잡아냈다. 9회 오지환은 아예 미리 테이크백을 해가며 직구 공략을 시도했으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짧은 이닝 강하게 던지는데 익숙했던 약관의 신예투수가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끌고 간 덕분에 KIA는 11회 역전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팔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경기후 환하게 웃던 심동섭은 "가운데로 던져도 상대 타자가 못 칠거라는 자기 암시를 하면서 던지려고 노력합니다"라며 심리적 배경을 살짝 공개했다.
또 하나의 히든카드는 임준혁(27)이다. 오는 21일 상무를 제대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 그는 올시즌 2군리그 탈삼진왕(99개)이다. 18일 현재 22경기에서 11승4패, 3.05의 방어율. 지난 시즌에는 다승(15승4패), 방어율(2.90), 탈삼진(135) 1위로 3관왕에 오를 만큼 검증된 구위를 자랑한다.
선수 평가에 신중한 조범현 감독조차 "제대하는대로 바로 1군에 올릴 예정이다. 2~3경기 적응시킨 뒤 불펜에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깜짝 활약이 기대되는 다크호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숨기고 싶은 스타의 과거 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