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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희, '외인구단' LG선발진에 순혈 자존심 될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9-19 14:04


LG 한 희. 스포츠조선DB

'외인구단'으로 채워진 LG 선발진, 한 희가 LG 출신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18일 광주구장. LG가 KIA를 상대로 수차례의 득점 찬스를 무기력하게 날리던 와중에 돋보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팀의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한 희다.

한 희는 4회 1사 후 선발 김광삼이 동점 투런포를 허용하자 마운드에 올랐다. 공격적인 모습이 빛났다. 5회 볼넷, 8회 내야안타 외에는 단 한차례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 타자에게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설사 볼 판정을 받으면 2구째엔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 볼카운트 0-2에서 시작한 승부는 마지막 타자 안치홍, 단 한 차례였다. 8회말까지 15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61개의 공을 던졌다. 4⅔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

한 희는 지난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공을 던졌고, 시즌 막판에는 선발로도 기용됐다. 선발등판 기록은 9경기서 4패 방어율 7.56. 이듬해에는 3경기서 1패 방어율 10.80으로 더 좋지 못했다. 140㎞대 중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던졌으나 결정적인 공이 없었고, 과감한 승부를 즐기지 못했다.

너무 여렸던 것일까. 올시즌에는 과감히 공격적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식으로 베짱있게 던져봤다. 더이상 선발 기회는 없었지만, 오히려 보직 부담 없이 편하게 던졌다. 다양한 변화구 대신 직구-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을 이어갔다. 여기에 예전과 달라진 과감한 몸쪽 승부는 상대 타자들에게 그의 묵직한 직구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 희는 "보직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짧게 던지든, 길게 던지든 항상 좋다. 올해 내 공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해왔다. 14일 두산전에서 사구를 허용하고, 연속 안타와 홈런으로 4실점한 뒤에도 "마운드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내 공에는 자신있었다. 타자들이 잘 친 것이라고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한 희는 빨리 털어내겠다는 말을 18일 경기서 실천으로 옮겼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한 희에게 선발 기회가 올 수 있을까. 현재 LG 선발진에 데뷔 때부터 LG에서 뛴 선수는 김광삼 한 명 뿐이다. 나머지 자리는 용병 두 명과 박현준 김성현이라는 이적생으로 채워져있다. 또다른 선발 자원 유원상 역시 한화 출신. 불펜을 포함해도 1군 엔트리에 김광삼, 한 희, 이범준, 임찬규를 제외하곤 LG에서 데뷔한 선수가 없다. 팀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상황이다. 자기 손으로 뽑은 신인들의 기량을 만개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종훈 감독은 올시즌 한 희와 임찬규를 필승조와 롱릴리프로 쓰고 있다. 최근에는 이범준도 불펜B조로 기회를 얻었다. 박 감독 역시 그들이 미래에 선발 자원으로 성장해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 16일 "지난해보다 분명 투수진이 좋아졌지만, 아직 보강할 부분이 많다. 승부는 타격이 아닌 투수력에서 갈린다.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순위 싸움에서 밀려난 지금, 이들에게 기회를 줄 시기가 아닐까.


프로 3년차. 올시즌 선발 기회는 없었지만, 한 희는 '자신감'이라는 가장 소중한 무기를 얻었다.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내년, 혹은 가까운 미래에 당당히 LG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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