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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구단'으로 채워진 LG 선발진, 한 희가 LG 출신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한 희는 지난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공을 던졌고, 시즌 막판에는 선발로도 기용됐다. 선발등판 기록은 9경기서 4패 방어율 7.56. 이듬해에는 3경기서 1패 방어율 10.80으로 더 좋지 못했다. 140㎞대 중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던졌으나 결정적인 공이 없었고, 과감한 승부를 즐기지 못했다.
너무 여렸던 것일까. 올시즌에는 과감히 공격적으로 변신하기로 했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식으로 베짱있게 던져봤다. 더이상 선발 기회는 없었지만, 오히려 보직 부담 없이 편하게 던졌다. 다양한 변화구 대신 직구-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을 이어갔다. 여기에 예전과 달라진 과감한 몸쪽 승부는 상대 타자들에게 그의 묵직한 직구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한 희에게 선발 기회가 올 수 있을까. 현재 LG 선발진에 데뷔 때부터 LG에서 뛴 선수는 김광삼 한 명 뿐이다. 나머지 자리는 용병 두 명과 박현준 김성현이라는 이적생으로 채워져있다. 또다른 선발 자원 유원상 역시 한화 출신. 불펜을 포함해도 1군 엔트리에 김광삼, 한 희, 이범준, 임찬규를 제외하곤 LG에서 데뷔한 선수가 없다. 팀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상황이다. 자기 손으로 뽑은 신인들의 기량을 만개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종훈 감독은 올시즌 한 희와 임찬규를 필승조와 롱릴리프로 쓰고 있다. 최근에는 이범준도 불펜B조로 기회를 얻었다. 박 감독 역시 그들이 미래에 선발 자원으로 성장해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 16일 "지난해보다 분명 투수진이 좋아졌지만, 아직 보강할 부분이 많다. 승부는 타격이 아닌 투수력에서 갈린다.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순위 싸움에서 밀려난 지금, 이들에게 기회를 줄 시기가 아닐까.
프로 3년차. 올시즌 선발 기회는 없었지만, 한 희는 '자신감'이라는 가장 소중한 무기를 얻었다.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내년, 혹은 가까운 미래에 당당히 LG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