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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50승 돌파가 뜻깊은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19 13:07


한화 선수들이 16일 롯데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가르시아를 둘러싸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청주=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한 시즌 동안 팀당 133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50승은 기본메뉴나 다름없다.

최소한 꼴찌만 하지 않으면 50승 관문은 웬만하면 통과할 수 있다. 심지어 지난 2007년의 경우 최하위 KIA도 51승은 올렸다.

하지만 이 흔한 50승이 한화 구단으로 가면 특별해진다. 투지와 희망이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19일 현재 54승을 기록중인 한화는 3년 만에 50승을 돌파했다. 지난 2년 연속 최하위를 하다가 7위로 올라섰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올시즌 50승 돌파는 한화에게 특별한 기록이다. 최고의 에이스 류현진이 장기간 빠진 가운데 달성한 50승이다.

한화는 2009년 천하의 강타자 김태균과 이범호를 보유하고 있을 때에도 46승을 건지는데 그쳤다. 당시 김태균이 뇌진탕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지만 용병 클락, 김태완 등이 건재했다.

2010년에는 투수 2관왕(방어율-최다 탈삼진)의 절정감을 보인 류현진이 프로 데뷔(2006년) 이후 최고 방어율(1.82)을 기록하며 16승이나 보태줬는데도 49승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타선의 중심이던 김태완 정현석이 입대했고, 돌아온 이범호마저 KIA에 입단하면서 팀 안팎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설상가상으로 류현진이 6월 28일 등근육 부상으로 주저 앉더니 무려 71일간 선발 자원으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이렇게 오랜 기간 쉰 것을 처음일 뿐 아니라 한화 구단으로서도 최대 악재였다.

이 사이 한화가 치른 경기는 모두 42경기. 올스타전 브레이크, 잦은 우천취소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10경기 정도는 류현진을 가동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는 50승을 돌파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자'는 선수단의 투지와 '야왕' 한대화 감독의 리빌딩 야구가 만들어낸 눈물겨운 성과였다.

우선 박정진 김혁민 안승민 장민제 등 숨은 진주들이 제대로 성장했다. 이들은 사실 다른 팀같았으면 1군 기회를 얻기 힘든 선수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들에게 힘을 듬뿍 실어줬다. 가용할 자원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가 아니라 한화는 류현진 만의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자극한 것이다.

타선도 명성 대신 실속을 선택했다. 프로 데뷔(1998년) 13년 만에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늦깎이 스타 강동우(37)을 비롯해 최진행 이대수 한상훈 장성호가 화려하지 않지만 진득하게 상대를 괴롭혀왔다.

한화는 50승 달성 과정에서 희망을 봤다. 내년에 돌아온 김태균까지 가세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 마지막 시즌을 맞는 류현진이 명예회복을 노린다면 한화는 이제 거칠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3년 만의 50승 돌파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미래 지향형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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