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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초였다. "알고보니 흙속의 진주였다"는 얘기도 들은 적 없다. 하지만 잡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삼성 4번타자 최형우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 놓인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올시즌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2002년 삼성의 2차 6라운드, 전체 48순위 지명선수. 포수 자원. 입단후 4년간 1군에서 6경기만 뛴 뒤 2005년 10월 방출. 상무 입단 실패. 가까스로 새로 생긴 경찰청에 입단했다. 그후 가능성을 보여준 뒤 2008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재입단할 수 있었다. 역대 처음으로 방출 경력 선수의 홈런왕 등극 가능성이 높아졌다.
-형, 우리 전주고 야구부가 해체위기인 거 아시죠. 답답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LG 박현준·전주고 3년 후배)
-2008년 신인왕 이후 지금은 MVP 후보로도 거론됩니다. 2008년에 어떤 마음가짐이었나요.(LG 루키 임찬규)
그때는 죽기살기로 했다. '무대뽀' 정신으로 막 들이댔다. 다들 알겠지만, 내가 한번 (방출된) 아픔이 있으니까 다시 유니폼을 입은 그때는 눈에 뵈는 게 없었어. 나에게 기회가 100% 보장되는 것도 아니였으니까. 찬스만 있으면 막 한거지.
-넌 나보다 한살 어린데 얼굴이 너무 삭은 느낌이다. 어떻게 그렇게 늙어보일 수가 있는지 궁금하다.(롯데 이대호)
어휴, 진짜,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제 이 얼굴이 스무살때 얼굴 그대롭니다. 빨리 늙는 사람은 대신 늙어서도 쭉 갑니다. 마흔살 돼도 나는 스무살 때 얼굴 그대로 갈 겁니다. (웃음) 대호형도 솔직히 동안은 아니지. 얼굴이 하얗고, 덩치에 비해 얼굴이 작은 편? 아니, 얼굴도 작은 게 아니라 작아보일 뿐이죠. 그래서 형은 어려보이는 겁니다. 푸하하.
-늙어보인다. 그러니 결혼도 빨리 해야하지 않을까.(롯데 문규현·군산상고 출신 친구)
주위를 둘러보면 (선배들 사례를 보니) 결혼을 빨리 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도 같고.(웃음) 지금 사귀는 친구가 있고, 내년이나 후년쯤?
-냉정하게 얘기해주라. 최고타자가 평가해주면 나에게 도움 된다. 마운드에 있는 나를 봤을 때 장단점이 무엇인가. 특히 단점을 확실히 말해달라.(롯데 송승준)
(기자를 바라보며) 정말 얘기해도 돼요? 승준이형은 정말 좋은 투수인데 기복이 심한 것 같습니다. 컨디션 좋을 때는 누구도 못 칩니다. 폼부터 와일드하고, 직구 좋고 스피드에 힘에, 거기다 포크볼도 좋으니. 그런데 컨디션이 나쁠 때도 80% 이상은 돼야하는데 60~70%, 이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공에 대해 자신감이 없을 때는 좋을 때와 차이가 많이 나서 타자 눈에 읽히는 것 같습니다. 좋을 때의 승준이형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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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본래 홈런타자가 아니었다. 대신 정확히 맞히는 건 자신있었다고. 파워는 어릴 때부터 그저 중장거리 수준이었어. 그러다 배트 무게 늘리고 적응하다보니 예전에 펜스 앞에서 2루타 되던 게 이제는 넘어가더라고. 그나저나 난 후배 아섭이가 부럽다. 너는 어쩌면 공을 그렇게 배 앞에다가 최대한 끌어다놓고 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공을 보면서 치니까 밀어서도 홈런이 되잖아. 난 그런 게 부럽다.
-형우야, 너 내 동생 (조)동찬이랑 친구라서 동기들끼리 잘 뭉치는 걸로 알고 있다. 주로 어디서 뭘 하고 노냐. 건전하게 놀아라. 우리 동찬이 물든다.(SK 조동화)
푸하하. 동찬이도 그렇게 건전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동화형이 아무래도 우리 동기들에 대해서 많이 알겠지만, 요즘 건전하게 놉니다. 물론 어릴 때야 안 건전할 때도 있었어요. 스물두세살 때는, 동찬이가 한창 잘 나갈 때 우린 다 2군에 있었거든요. 솔직히 그중에서 동찬이가 돈을 가장 잘 버니까 우리를 선도해서 나이트클럽도 다니고 했죠. (농담조로) 돈많은 동찬이를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따르고 놀았던 겁니다. 하하.
-내가 요즘 타격이 안 된다. 답답해서 네 타격 비디오를 보며 많이 배웠다. 넌 고교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조금이라도 뭘 배운 적이 있는 지 궁금하다.(SK 박정권·전주고 2년 선배)
형한테 배운거야 많죠. 후배들 혹독하게 다루는 거. (웃음을 보이더니)형한테 고교때 저도 많이 맞았잖아요. 어릴 때 저는 형 타격폼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잘 치는 선배였고, 또 왼손타자이고 했으니 제가 형의 타격폼을 많이 봤습니다.
-삼성에서 퇴출되고 경찰청에 들어갈 때 심적 고통이 컸을텐데 어떤 마음으로 이겨냈나.(두산 조계현 코치)
죽기살기로 했습니다. 야구밖에 할 게 없으니까요. 경찰청 입단도 (다른 1군 선수들처럼) 누가 주선해준 게 아니라 제가 직접 찾아가서 맨몸으로 합격했습니다. 삼성에서 '짤리면서' 간절했습니다. 뻔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새벽에 일어나 스윙연습하고 웨이트트레이닝 열심히하고 그랬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야구란 게 주구장창 방망이 많이 휘두르고 훈련량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나 정신적으로 한번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 하지 않습니까. 아픔이든 뭐든 느끼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엔 그저 나에게 남은 게 없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마구 새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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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형은 왜 아프냐고~. 안 아프면 되는 걸 왜 아프냐고. 같이 잘 하면 좋은데. 그런데 태인이형이 아프다고 나도 덩달아 아프면 안되지. 형 없을 때 나라도 자리를 지켜야지. 이제 형도 아프지 말고, 다 나았으니 함께 팀 우승시킵시다.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자더라. 홈런왕 관심 없다더니, 신경쓰이는거냐. 그리고 요즘 나한테 먹을 걸 왜 그리 잘 사주냐. 금전적 여유가 생긴거냐.(삼성 조동찬·동기생 룸메이트)
홈런왕,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지. 잠 못자는 건 그것 때문은 아냐. 홈런을 항상 많이 생각하고 타격폼 비디오도 많이 본다. 더 집중하려 해. 그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당연히 예전에 비해 많이 생겼지. 그 옛날, 너한테 많이 얻어먹었으니 이제 베푸는거다.
-꾸준한 3할과 50홈런 가운데 어떤 걸 더 하고 싶은가.(두산 김현수)
난 말이야 무조건 50홈런이야. 50홈런은, 솔직히 꿈이지. 그걸 어떻게 치냐. 그런데 욕심은 난다. 한번 50홈런 치면, 그후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어쩌구 한다고 그 다음해에도 40홈런 수준에서 놀면서 진짜 세다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을 것 같어.
-올해 강력한 홈런왕 후보다. 내년 시즌 홈런왕 1,2,3위를 전망해달라.(넥센 유한준·경찰청 시절 대륙간컵 대표팀 멤버)
(기자에게) 그나저나 내년에 대호형이 한국에 있나요? (잔류 가정하에 말해달라고 하자) 그러면요, 최형우 1등, 이대호 2등, 흐흐흐 3등은 박석민? 저는 1등 하고 싶어요. 대호형이야 늘 홈런왕할 수 있는 좋은 타자죠. 그런데 우리 석민이는, 정말 걔는 옆에서 지켜본 결과 기량이 끝이 없는 애 같아요. 아프지만 않으면, 집중만 하면, 홈런 3위 안에는 들 수 있을 겁니다.
-몸에맞는 볼이 나올까봐 무서운 투수가 있다면.(넥센 문성현)
단연코 LG 리즈다. 몸이 너무 와일드하고 팔이 올라가는 순간 겁을 먹게 된다. 아직 맞아본 적은 없어. 그리고 한화 박정진 선배. 던질 때 엎는 폼이기 때문에 팔이 안 보여서 공이 어디로 올지 모르겠어. 무서워.
-최근 야구영웅들의 불행한 일이 많았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야구영웅은 누굽니까.(넥센 강정호)
난 고교 졸업할 때까지 프로야구 선수 이름을 2,3명밖에 몰랐어. 프로 와서 보니까 승엽이형과 양준혁 선배님이 가장 존경스럽더라.
-내가 아는 친구 최형우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데 야구장에선 야수처럼 돌변한다. 이유가 뭔가.(한화 이여상)
(웃으며) 그건 니가 잘못 생각하는거야.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었지. 그런데 그때는 내성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그런데 계속 내성적인 상태로 살면 발전도 없잖아. 늘 조용히 지내면 내 플레이, 내 걸 못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절대 소극적이지 않아. 너만 그렇게 알고 있다.
-지금도 경찰청 시절처럼 열심히 연습을 하는지.(한화 최진행·경찰청 멤버 2년 후배)
솔직히 그때 만큼은 못해. 그래도 슬럼프 오고 하면 한번씩 집에 가서 방망이 잡고 휘두른다.
-어쩌면 그럴 수 있나. 우리 에이스 윤석민한테 작년까지는 꼼짝도 못하더니 올해는 홈런이 4개다. 갑자기 돌변했나.(KIA 차일목)
(윤석민 상대타율 0.556·KIA 상대 5홈런중 윤석민에게 4홈런) 나도 맨날 당하기만 하면 뭐 먹고 살라구요. 연구한 건 없는데, 올해는 윤석민 나올 때마다 오히려 마음 비우고 '어차피 당할 거' 하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어간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삼성에서 다시 불러줬을 때 어떤 각오였나. 최형우가 보기엔 김상현은 어떤 선수인가.(KIA 김상현)
그때 삼성 외에도 6개 팀에서 저를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팀상황 같은 걸, 제가 뛸 수 있는 조건인지 등을 생각해본 뒤 삼성으로 다시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상현이형은 상무 있을 때부터 제가 봤는데, 진짜 힘과 컨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라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형은 약간 너무 막 치는 경향도 있어요. 참아도 될 것 같은데 어떨 땐 막 쳐요.(웃음)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