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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화려한 마무리 변신 엄정욱 '송은범 데자뷰'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9-16 10:13 | 최종수정 2011-09-16 10:13


전화위복이 된 장면. 지난달 30일 인천 LG전에서 갑작스런 물집이 터져 강판되는 엄정욱(맨 왼쪽). 김상진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엄정욱의 상태에 대해 상의하는 장면이다. 결국 엄정욱은 이 사건 이후 마무리로 전환했고, 팀 4연승의 주역이 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와일드 씽'의 화려한 변신은 마치 '송은범 데자뷰'같다.

SK 엄정욱은 최근 마무리다. 확실히 끝낸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첫 4연승의 기폭제다.

그는 시즌 후반기 SK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찼다. 2003년 국내 최고인 158㎞의 강속구로 '와일드 씽'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였다. 스피드는 150㎞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을 터득하면서 SK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묵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악재가 왔다. 지난달 30일 인천 LG전에서 선발로 나선 그는 갑자기 오른손 엄지에 물집이 잡혀 3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팀과 개인의 입장에서 모두 아쉬운 조기강판.

엄정욱은 물집이 자주 잡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1주일 가량 개점휴업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의 물집은 해결되지 않았다. 볼을 30개 정도 던지면 그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까운 카드였다. 엄정욱은 최근 SK 투수들 중 가장 자신감있고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만수 감독대행과 김상진 투수코치가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마무리 전향이었다.

완벽한 선택이었다. 엄정욱은 최근 4경기에서 구원등판, 단 1점의 실점도 하지 않는 퍼펙트 방어율을 보였다. 4경기에서 4이닝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3세이브를 수확했다.


위력적인 구위를 유지할 경우 엄정욱은 마무리로 강점을 많이 가진 투수다. 기본적으로 볼이 빠르다. 컨트롤까지 갖춰지면 짧은 이닝에 타자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마무리로 나설 경우 항상 전력투구를 하기 때문에 엄정욱의 불같은 강속구의 위력은 배가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지난 시즌 송은범이 그랬다. 지난 시즌 SK가 위기를 맞은 후반기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아선 송은범은 26경기에서 2승4홀드8세이브, 방어율 0을 기록했다. 당시 송은범도 150㎞안팎의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짧은 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올 시즌 송은범은 팔꿈치가 좋지 않아 구위가 다소 떨어진 상태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앞으로 엄정욱을 마무리로 계속 쓸 생각이다. 물집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구위는 좋다"고 했다.

지난 시즌 송은범의 마무리 변신을 두고 SK 김성근 전 감독은 "송은범을 마무리로 돌렸던 것이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진 원동력"이라고 했다.

올 시즌 '제 2의 송은범'이 된 엄정욱의 변신.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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