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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김광현 앞길이 구만리같은 아인데..."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7-20 13:16


SK 김성근 감독(왼쪽)과 김광현. 지난 4월 경기 중 한 장면이다. 스포츠조선DB

"앞으로 해외진출도 해야되고, 앞길이 구만리같은 아인데…"

SK 김성근 감독은 19일 대구 삼성전이 끝난 뒤 잠을 이루지 못했다. 1-2로 뒤지다 2대3으로 역전패한 씁쓸함도 있었지만, 가장 큰 불면의 원인은 '애제자' 김광현때문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직후 김광현은 축하연 자리에서 쓰러졌고, SK 구단에서는 안면마비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19일 '김광현의 안면마비는 뇌경색'이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실 김광현이 쓰러진 것은 뇌경색에 의한 안면마비 때문이다. SK 구단이 발표한 안면마비가 틀린 말은 아니다. '뇌경색'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23세의 젊은 김광현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였다. 게다가 지금은 완치된 상태였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20일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무거운 증상이 아니다. 지금 다 치료가 됐다. 그런데 뇌경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무겁다. 김광현은 앞으로 해외진출도 해야된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부담감이 너무 많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돌이켜보면 김 감독의 올해 김광현에 대한 조치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간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김 감독은 김광현을 실전등판시키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었다.

실전등판에 대한 스트레스때문에 자칫 재발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완치판정을 받은 뒤에는 본격적으로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연습부족으로 김광현의 약점 중 하나인 제구력이 심하게 흔들렸다. 여기에 뇌경색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운동량이 중요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게 지난 4월 221개의 불펜투구를 시켰다. 지난달 23일 KIA전에서 완투를 하게 했다. 무려 147개의 공을 뿌렸다. 김광현의 재발을 막으면서도 제 기량을 되찾게 해주기 위한 일환이었다.

김광현에 대한 혹사논란이 불거졌지만,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김광현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올 시즌 그렇게 기용하셨냐'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미 뇌경색이라는 무거운 병명이 공표된 이상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라는 허탈함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말투였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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