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해외진출도 해야되고, 앞길이 구만리같은 아인데…"
사실 김광현이 쓰러진 것은 뇌경색에 의한 안면마비 때문이다. SK 구단이 발표한 안면마비가 틀린 말은 아니다. '뇌경색'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23세의 젊은 김광현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였다. 게다가 지금은 완치된 상태였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20일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무거운 증상이 아니다. 지금 다 치료가 됐다. 그런데 뇌경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무겁다. 김광현은 앞으로 해외진출도 해야된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부담감이 너무 많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실전등판에 대한 스트레스때문에 자칫 재발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완치판정을 받은 뒤에는 본격적으로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연습부족으로 김광현의 약점 중 하나인 제구력이 심하게 흔들렸다. 여기에 뇌경색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운동량이 중요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게 지난 4월 221개의 불펜투구를 시켰다. 지난달 23일 KIA전에서 완투를 하게 했다. 무려 147개의 공을 뿌렸다. 김광현의 재발을 막으면서도 제 기량을 되찾게 해주기 위한 일환이었다.
김광현에 대한 혹사논란이 불거졌지만,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김광현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올 시즌 그렇게 기용하셨냐'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미 뇌경색이라는 무거운 병명이 공표된 이상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라는 허탈함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말투였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