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의 불펜 외도가 끝났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19일 대전 KIA전을 마친 뒤 "앞으로 불펜에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류현진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인천 SK전에서 팀이 5-0으로 앞서던 9회말 2사후 등판한 류현진이 정민철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 투구를 하는 모습.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괴물'은 이제 더 이상 불펜에 출몰하지 않는다.
전반기 내 '3홀드·6탈삼진' 달성이라는 '괴물' 류현진의 불펜 야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더 이상 불펜에서 대기하지 않고 남은 기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한화 한대화 감독의 결단이다.
한대화 감독은 19일 대전 KIA전에서 9회말 2사후 터진 최진행의 극적인 끝내기 역전타로 짜릿한 승리를 챙긴 뒤 "류현진의 불펜 등판은 이제 없다"며 '류현진 불펜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앞으로 올스타 휴식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류현진은 푹 쉬면서 후반기를 대비해 컨디션과 구위를 끌어올리게 된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이) 여전히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이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류현진의 부담감이란 바로 지난달 아팠던 등근육 부위에 대한 부상재발 우려다.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등 근육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16일만인 지난 15일, 1군에 복귀했다. 그러자 한 감독은 "전반기 남은 기간동안 류현진을 중간계투로 쓰겠다"고 말했다. 부상 재발을 우려해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 대신 중간계투로 짧게 던지며 실전 감각을 회복하게 하려는 의도.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17일 인천 SK전에서 9회말 2사후 나와 박재홍을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모처럼의 중간계투 변신을 즐기고 있었다. 19일 대전 KIA전을 앞둔 류현진은 "전반기 남은 세 경기에서 1이닝씩 나와 모두 홀드를 따내고 삼진도 6개를 잡겠다"며 나름의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대화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막상 배려의 차원에서 불펜행을 지시했지만, 이것이 또 다른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파악한 것. 결국 한 감독은 류현진에게 불펜행을 지시한 지 나흘 만에 자신의 결정을 철회했다.
이같은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지난 17일의 피칭 내용이었다. 류현진은 SK 박재홍을 상대하며 총 6개의 공을 던졌다. 뛰어난 제구력과 특유의 노련한 수싸움으로 박재홍을 삼진처리했는데, 문제는 직구 구속이었다. 최고구속이 불과 141㎞에 그쳤다. 부상 이후 18일 만의 1군 복귀전이라 살살 던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심상치 않은 구속이다. 류현진은 한창 좋을때는 최고 153㎞, 평균 140㎞대 후반의 묵직하고 빠른 직구를 던졌다. 그러나 등 부상 후 구속이 크게 떨어졌다.
한 감독도 이에 주목했다. 한 감독은 "전력이 아니더라도 구속이 그렇게 (낮게)나왔다는 것은 본인이 부상 재발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굳이 던지게 할 필요가 없다. 충분히 쉬게 한 뒤에 후반기에 다시 좋은 컨디션으로 선발을 하면 된다"며 이제 더 이상 류현진을 중간계투로 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