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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은 정원석에 대해 "2군에서 끌어올릴 내야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1군에)데리고 다니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손가락 골절상으로 재활군에 들어가 있는 오선진이 있었다면 벌써 2군행감이었다는 설명도 붙였다.
한 감독이 특유의 개그 감각을 곁들여 던진 말이긴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제법 자극적인 말이었다.
정원석은 지난 9일 넥센전에서 아예 출전하지 않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데다, '삭발미수 사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정원석 딴에는 심기일전한다고 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 삭발을 주문했다. 그런데 미용실 원장이 두상 생김새 등을 볼 때 빡빡 밀어버리면 너무 흉하다며 도중에 중단하고 마무리해 버렸다.
결국 나온 결과물은 애매한 모히칸 헤어스타일이었다. 한 감독 눈에는 머리에나 신경쓰고 다닌다고 비칠 수 있으니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될 수 밖에.
한 감독은 12일 롯데전에서 정원석에게 선발 라인업으로 다시 기회를 줬다. 한데 이게 웬일. 1루수로 출전했던 정원석은 0-2로 뒤지고 있던 2회말 1사 만루에서 평범한 땅볼을 잡고도 홈으로 어이없는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원석은 2회가 끝나자 곧바로 교체됐고, 팀은 3대11로 대패했다.
14일 롯데전에서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러던 중 0-4로 뒤지던 7회초 포수 이희근의 대타로 나왔다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수비에서 또 교체되고 말았다.
일종의 정원석 수난시대다. 가르시아가 입단하면서 4번타자를 꿰차기 전까지만 해도 5번으로 중심타선을 이루던 핵심 요원이었다. 타율도 지금은 2할5푼5리(14일 현재)로 낮아져서 그렇지 5월까지는 3할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정원석이 드문드문 출전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한 감독은 가차없는 비판까지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감독이 정원석을 이토록 혹독하게 단련시키는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독기를 품게 하기 위해서다. 한 감독은 동국대 감독 시절 가르쳤던 제자이자, 대학 후배인 정원석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만큼 애정도 깊다.
한 감독은 "정원석은 겉보기와 달리 너무 소심하고, 대범하지 못한 성격이다"면서 "그 성격을 고쳐야 송구 실책같은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정원석의 올시즌 14일 현재 실책은 7개. 팀내에서는 가장 많고, 8개 팀 전체로 보더라도 공동 8위에 해당하는 오명이다.
한 감독은 정원석이 과감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책도 그렇거니와 작년 시즌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도 타점은 적었던 것도 배짱과 과감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한 감독은 정원석이 자존심 상할 만큼 채찍에 맞고 나서 하루속히 강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