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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좋은 용병이 이국에서 이해심 넓은 감독을 만났다. 하지만 '적응'이 문제였다.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한 머무를 수 없는 이국 땅. 용병의 숙명이다.
그런데 한가지, 둘 사이에는 정리할 문제가 하나 남았다. 바로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 류중일 감독과 가코가 굳게 약속한 내기 결과다.
류 감독은 지난 2월26일 가코, 카도쿠라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흥미로운 내기를 했다.
류중일 감독은 가코에게는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이 약속은, 네(가코)가 어디에 있든 결국엔 지켜야한다"는 것이었다. 가코가 100타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시즌을 끝까지 치러야 한다. 성적이 좋지 못해 중도 퇴출되더라도 선물 약속은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류 감독으로선 '지는 것이 이기는' 내기였건만 아쉽게도 가코는 일말의 우려대로 부상과 적응 실패 속에 중도 퇴출되고 말았다. 당초 단서대로라면 가코는 류 감독 부인에게 약속대로 선물을 해야 한다.
가코 이야기 도중 취재진이 내기에 대해 언급하자 "선물 보내라 그럴까"라며 웃었다. 내기에 져서 선물을 꼭 해주고 싶었던 용병 타자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묻어있었다.
아쉬운 과거는 새로운 미래 속에 묻어야 하는 법. 류 감독은 후반기 출격 예정인 새 용병 투수 덕 매티스로 화제를 옮기며 "새 용병 투수가 합류하면 기존 선발 중 한명을 내려보내야 하지 않느냐. 선두 싸움의 키 플레이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용병은 진짜 실력있는 선수가 와야 한다"고도 했다. 용병 없이도 탄탄한 마운드를 꾸려온 삼성이기에 매티스의 활약 여부가 더 중요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