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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올시즌 신진급 4~5선발에게 고전하는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7-01 11:53 | 최종수정 2011-07-01 11:53


KIA가 지난 6월30일 사직 롯데전에서 롯데 우완선발 고원준의 호투에 막혀 0대4로 완봉패를 당했다. KIA는 올해 유독 상대 4~5선발을 만나면 1점도 못내는 경우가 많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막강 KIA 타선, 상대 4~5선발급이 무섭다?'

올시즌 KIA 투타 전력은 한 마디로 막강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한 투수력 외에도 이범호를 촉매제로 삼은 타선 역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게 됐다. 6월30일 현재 KIA는 팀타율(2할7푼6리)과 팀득점(359점) 팀홈런(58개) 팀출루율(3할6푼4리) 팀장타율(4할7리)등 거의 모든 팀공격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한 KIA타선이 올해 유난히 상대 4~5선발급을 만나면 침묵하고 있다. 올해 KIA는 총 6명의 영봉패 경기를 기록했는데, 이 중 '에이스'라고 할 만한 상대 선발은 오직 류현진(5월20일 군산 홈경기) 뿐이었다. 나머지는 선발은 고원준(롯데, 완봉패 2회)과 문성현, 김성현(이상 넥센, 각 1회) 안지만(삼성)등. 완투를 하지 않은 투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들이 선발로 나온 날에 KIA 타선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종잡을 수 없는 구위,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

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보면 5명의 선발진 가운데 1~3순번 까지는 'A급', 4~5선발은 'B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선발으로서의 기본능력은 갖췄으나 상대를 제압하는 요령이 조금 부족한 신진급 혹은 롱릴리프들이 로테이션 후반을 맡는 케이스다. 타자 입장에서는 상대 4~5선발은 어쩌면 만만한 상대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엄연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 1군 선발보직을 꿰찬 선수들이다. 안정성은 A급 선발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소위 말하는 '공이 손끝에 긁히는 날'이면 A급 선발 못지 않은 기량을 뿜어낸다. 문제는 이 시기가 언제가 될 지 예측키 힘들다는 점. 넥센 2년차 우완투수 문성현은 지난 5월5일 목동 KIA전에서 6이닝 4안타 6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주무기는 타자의 무릎선으로 낮게 잘 제구된 147㎞짜리 직구. KIA타선은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그러나 문성현은 이후 무려 5연패로 부진했다.

넥센 4년차 우완투수 김성현도 비슷한 케이스다. 지난 4월13일 광주 KIA전에 등판한 그는 4⅔이닝 3피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6-0, 영봉승을 이끌었다. 바로 이전 등판인 4월6일 목동 넥센 (4⅔이닝 6피안타 3실점)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삼성 안지만은 이들에 비해서는 경력이나 레벨이 한 단계 높지만, 고정 선발은 아니다. 필승불펜이었다가 시즌 초반 잠시 선발임무를 맡은 지난 4월19일 대구 KIA전에서 비축된 힘이 실린 직구을 앞세워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케이스다. 결국 이들의 호투 배경에는 '의외성'이 공통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과거 등판 내용이나 기록을 근거로 한 분석 예측치를 능가하는 호투에 KIA타선이 배팅 리듬을 완전히 빼앗긴 것이다. 더불어 KIA타자들도 이들을 대함에 있어 어느 정도 방심한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롯데 선발 고원준은 KIA를 만나면 리그 최고수준의 투수로 탈바꿈한다. 벌써 27⅔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6월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도 고원준은 7이닝 강우콜드로 완봉승을 따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KIA전 27⅔이닝 연속 무실점, 고원준의 케이스는?

앞서 언급한 문성현이나 김성현, 안지만에 비해 롯데 고원준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 두 차례의 반짝 호투가 아니라 넥센 시절까지 포함해 벌써 27⅔이닝 연속 무실점 호투에 2연속 완봉승으로 'KIA 킬러'가 됐다. 고원준은 철저히 KIA 타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타이밍을 뺐는 피칭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 6월30일 부산 KIA전에서는 무려 59㎞에 달하는 구속차(직구 최고-145㎞, 커브 최저-86㎞)로 KIA타자들을 완전히 속였다. 이런 과감한 구종 선택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20이닝 이상 KIA타자들에게 맞지 않았다는 자신감이 큰 배경으로 작용한 결과다. KIA타자들이 서둘러 고원준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고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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