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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시절 가르시아는 멕시코인이 아니라 부산 사나이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 말이 많지 않으면서도 동료들과 있을 땐 쾌남아였고 가족을 중시한 따뜻한 남자였다.
식성은 거의 한국인과 같았다. 못먹는 한국음식이 없을 정도였다. 2008년, 외국인들에게는 '최고난도' 한식이라 할 수 있는 홍어 삼합을 내준 적이 있었다. 그때 함께 있던 로이스터 감독은 냄새만 맡고는 바로 도망가 버렸지만 가르시아는 기꺼이 시식을 했다. 삼겹살에 소주를 특히 좋아하고, 짬뽕으로 해장을 한다. 경기전 동료들과 함께 가끔 짬뽕을 먹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스포츠조선과의 10대1 인터뷰에선 소의 생간을 좋아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도스키가 가끔 한국어를 해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것처럼 가르시아는 토속적인 식성으로 한국과 소통했다.
그러면서도 야구엔 진지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지만 자신의 타격을 고집하지 않았다. 감독과 코치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전엔 라커룸 한켠에서 책을 읽으며 감정을 다스리기도 했다. 아무리 평범한 땅볼을 쳐도 느린 발로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홈에서 포수와의 강력한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족은 끔찍히 생각하는 가장이다. 두 아들을 둔 가르시아는 오른쪽 어깨에 아들 얼굴을 문신으로 새겼다. 몸은 타국에 떨어져 있지만 항상 마음만은 아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으로 새겼다. 유심히 보면 홈런을 칠 때마다 왼손으로 오른 팔뚝을 툭툭 두어번 친다. 바로 그 부위가 아들 얼굴 문신이 있는 곳이다. 이 문신은 남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지난해 타계한 이후엔 항상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경기장에 가지고 다녔다.
지난 10일 가르시아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부산에서 롯데와 첫 경기를 치렀다. 롯데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웃으며 포옹하고 그를 반겼다. 부산팬들은 상대편 선수가 된 가르시아에게 '가르시아 송'으로 환영을 했다.
이날 한 팬이 경기중 관중석에서 롯데 선발 장원준을 향해 "가르시아한테 홈런 하나 줘라"고 소리질렀다. 그러자 주변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가르시아가 3년간 롯데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