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롯데시절의 가르시아. 호탕하면서 부드러운 부산남자.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6-16 16:45


롯데 홍성흔이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가르시아를 뜨겁게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롯데 시절 가르시아는 멕시코인이 아니라 부산 사나이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 말이 많지 않으면서도 동료들과 있을 땐 쾌남아였고 가족을 중시한 따뜻한 남자였다.

가르시아는 2008년부터 3년간 부산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적은 해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하향세를 탔지만 팬들의 사랑은 식지 않았다. 성적과 상관없이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할 때도 있었지만 팬들에게 언제나 웃음으로 대했다.

롯데 프런트는 분명 용병인데 다른 선수들과의 구별을 원하지 않고 항상 함께 하는 가르시아의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그런 친화력 때문에 롯데 선수들도 그를 외국인이 아닌 친구로 대했다. 카리스마가 대단했지만 장난꾸러기의 모습도 있었다. 친한 트레이너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아 숨을 못쉬게 한다거나, 방망이로 발등을 살짝 찍는 장난을 걸기도 했다. 프리배팅 때는 홈런 개수나 비거리 등으로 내기도 곧잘 했다. 전국 경기장에 자신의 커피머신을 직접 가지고 다니자 동료들은 유명 커피 체인점의 이름을 따 '카림 벅스'라는 별명을 짓기도 했다.

식성은 거의 한국인과 같았다. 못먹는 한국음식이 없을 정도였다. 2008년, 외국인들에게는 '최고난도' 한식이라 할 수 있는 홍어 삼합을 내준 적이 있었다. 그때 함께 있던 로이스터 감독은 냄새만 맡고는 바로 도망가 버렸지만 가르시아는 기꺼이 시식을 했다. 삼겹살에 소주를 특히 좋아하고, 짬뽕으로 해장을 한다. 경기전 동료들과 함께 가끔 짬뽕을 먹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스포츠조선과의 10대1 인터뷰에선 소의 생간을 좋아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도스키가 가끔 한국어를 해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것처럼 가르시아는 토속적인 식성으로 한국과 소통했다.

그러면서도 야구엔 진지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지만 자신의 타격을 고집하지 않았다. 감독과 코치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전엔 라커룸 한켠에서 책을 읽으며 감정을 다스리기도 했다. 아무리 평범한 땅볼을 쳐도 느린 발로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홈에서 포수와의 강력한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팬이 그를 좋아하는 만큼 그도 팬들에 다가갔다. 2008년 4월 29일 부산 LG전서 팬에 대한 그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기중 한 팬이 4.8m 높이의 외야 관중석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치자 가르시아가 그를 부축해 데리고 나왔다. 경기장 밖에서도 사인을 부탁하는 팬들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사진 촬영도 언제나 OK였다.

가족은 끔찍히 생각하는 가장이다. 두 아들을 둔 가르시아는 오른쪽 어깨에 아들 얼굴을 문신으로 새겼다. 몸은 타국에 떨어져 있지만 항상 마음만은 아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으로 새겼다. 유심히 보면 홈런을 칠 때마다 왼손으로 오른 팔뚝을 툭툭 두어번 친다. 바로 그 부위가 아들 얼굴 문신이 있는 곳이다. 이 문신은 남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지난해 타계한 이후엔 항상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경기장에 가지고 다녔다.

지난 10일 가르시아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부산에서 롯데와 첫 경기를 치렀다. 롯데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웃으며 포옹하고 그를 반겼다. 부산팬들은 상대편 선수가 된 가르시아에게 '가르시아 송'으로 환영을 했다.


이날 한 팬이 경기중 관중석에서 롯데 선발 장원준을 향해 "가르시아한테 홈런 하나 줘라"고 소리질렀다. 그러자 주변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가르시아가 3년간 롯데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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