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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호투' 진명호 "내 공 믿고 자신있게 던졌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6-16 12:35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경기가 1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진명호가 3회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한 사도스키를 구원등판해 힘찬 투구를 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아쉽게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값진 투구였다. 진명호를 통해 한줄기 빛을 찾은 양승호 감독이었다.

롯데 진명호가 SK전 호투로 양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진명호는 15일 인천 SK전에서 3회 갑작스런 부상으로 자진강판한 사도스키를 구원등판해 3⅓이닝동안 1실점 했지만 삼진 4개를 잡으며 호투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특히 이날 호투가 더욱 값졌던 이유는 몸을 풀지도 못한 채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컨트롤이 흔들릴 수 있었고 자신의 구위도 완벽히 뽐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명호는 공 한 개, 한 개를 침착하게 던지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한 진명호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예상 외의 지명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고교 무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를 상위 라운드에서 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롯데는 진명호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력한 직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지난해 로이스터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3경기에 등판했으나 2패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구위가 아무리 좋아도 제구가 안되니 실전에 등판시킬 수 없던 것이다.

때문에 진명호는 칼을 갈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이어진 호주교육리그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투구폼을 수정했다. 세트포지션에서 몸을 조금 웅크린 자세를 취한 채로 공을 던질 때 오른팔의 각을 최대한 작게 만들려 노력했다. 150km대의 강속구가 140km대 중반으로 떨어졌지만 제구가 한층 안정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날 진명호의 투구를 지켜본 양승호 감독은 "2군에 있을 때 제구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예상 외로 괜찮은 모습이었다. 제구보다 직구 스피드가 준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진명호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샀다. 앞으로 5선발이나 롱릴리프로 중용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본인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명호는 "감독님께서 자신있게 던지라는 기사(15일 스포츠조선 보도)를 보고 힘을 얻었다. 감독님 말씀대로 내 공을 믿고 가운데만 보고 던졌는데 결과가 괜찮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승부욕도 드러냈다. 진명호는 "패전투수로 기록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정상호에게 결승타를 허용할 때 던진 공 한 개가 너무 아쉽다"며 "다음 등판에서는 단 한 개의 실투도 나오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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