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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은 방패가 아니라 창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을 꺼내들었다. 이 타이밍에 필승조 투수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삼성이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4회에 필승조를 투입한 게 과연 얼마만일까.
현재 삼성의 불펜B조는 이우선 임진우로 구성돼있다. 나머지 불펜투수는 모두 승리조라 할 수 있다. 이우선은 전날 경기에서 20개를 던졌다. 따라서 예전의 삼성 스타일이었다면 임진우를 먼저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4회에 임진우를 투입해도 그가 6이닝을 던지긴 어렵다. 경기 후반에 어쩔 수 없이 필승조를 소모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승리조 불펜투수가 많은 삼성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은 9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욱에 이어 권오준과 권 혁이 등판했고, 후반에 리드폭이 커지자 임진우가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몇차례 강조된 얘기지만, 류중일 감독이 올초 취임식에서 밝힌 '공격 야구'는 단순히 타자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와 수비시 유기적인 중계플레이 등도 '공격적 야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5일 경기처럼 과감한 승리조 투입 역시 '공격 야구'의 일환이라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류 감독은 지난 9일 롯데전에서 7대13으로 대패할 때 안지만의 조기 투입 시점을 놓친 것과 관련해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엔 빠른 결단을 내린 셈이다.
방패가 강하면, 방패로 때려도 아프다. 삼성 불펜은 무기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