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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 방패가 아니라 창이었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6-16 10:33


방패가 강하면 무기가 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15일 LG전에서 승리조 불펜을 앞세워 역전승을 거뒀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정현욱의 지난해 모습. 스포츠조선 DB

삼성 불펜은 방패가 아니라 창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표방한 '공격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공격 앞으로!" 했을 때 타자들 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전면에 나설 수 있다.

15일 대구 LG전은 올시즌 삼성의 전환점이 될만한 경기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삼성 선발 장원삼이 3이닝 동안 홈런 두방을 허용하며 3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이 0-3으로 뒤진 상황서 4회에 다시 LG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을 꺼내들었다. 이 타이밍에 필승조 투수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삼성이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4회에 필승조를 투입한 게 과연 얼마만일까.

현재 삼성의 불펜B조는 이우선 임진우로 구성돼있다. 나머지 불펜투수는 모두 승리조라 할 수 있다. 이우선은 전날 경기에서 20개를 던졌다. 따라서 예전의 삼성 스타일이었다면 임진우를 먼저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4회에 임진우를 투입해도 그가 6이닝을 던지긴 어렵다. 경기 후반에 어쩔 수 없이 필승조를 소모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승리조 불펜투수가 많은 삼성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점수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상대를 묶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이걸 택했다. 정현욱의 4회 등판은 곧 "불펜진, 나를 따르라!" 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정현욱이 2이닝 정도를 막아준다면 최근 활발해진 타선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때마침 삼성의 승리조 불펜투수들은 월요일 휴식일과, 윤성환이 8이닝을 책임진 화요일 경기에서 모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은 9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욱에 이어 권오준과 권 혁이 등판했고, 후반에 리드폭이 커지자 임진우가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몇차례 강조된 얘기지만, 류중일 감독이 올초 취임식에서 밝힌 '공격 야구'는 단순히 타자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와 수비시 유기적인 중계플레이 등도 '공격적 야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5일 경기처럼 과감한 승리조 투입 역시 '공격 야구'의 일환이라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류 감독은 지난 9일 롯데전에서 7대13으로 대패할 때 안지만의 조기 투입 시점을 놓친 것과 관련해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엔 빠른 결단을 내린 셈이다.

방패가 강하면, 방패로 때려도 아프다. 삼성 불펜은 무기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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