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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군함도' 견제하는 日, 이게 바로 韓영화의 힘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2-09 15:2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017년 최고의 기대작 '군함도'(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으더니 결국 아시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심상치 않은 '군함도'의 분위기를 미리 감지한 걸까?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작품에 왈가왈부 견제를 시작한 일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언론 산케이신문은 지난 8일 1면에 ''군함도'는 지옥도…한국 영화와 그림책이 탄광 직원을 강제징용 소년으로 날조'라는 제목으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를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25일 국내 언론에 첫 공개된 '군함도'의 런칭 예고편과 아동용 그림책 '군함도-부끄러운 세계 문화 유산'을 소개하며 "한국이 하시마 섬(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앞두고 관민을 동원해 하시마 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는 하시마섬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운동의 일환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케이신문은 군함도 출신 주민의 인터뷰를 다루며 "한국의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 폭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있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다르다. 지옥섬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곳이다. 일본 탄광에는 조선인 소년 광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과 다른 것에는 반박해야 한다"며 '군함도'를 다룬 한국영화와 그림책을 비난했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 근처에 위치한 섬으로 섬의 모양이 일본의 해상군함 도사를 닮아 군함도라고 불리며 일본어로는 하시마라고 한다. 19세기 후반 미쓰비시 그룹이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이곳을 개발, 탄광 사업을 실시하며 큰 수익을 올렸고 1960년대 일본 석탄 업계가 침체되면서 1974년 폐광, 현재는 무인도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군함도는 한국인에겐 가슴 아픈 비극의 섬으로 남아있다. '탄광 강제 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 실태 기초 조사'에 따르면 1943년에서 1945년 사이 약 500~800여명의 조선인이 이곳에 징용돼 강제 노동한 것으로 추정된 곳이기 때문. 군함도에서 탄광 노역에 징용된 조선인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해저 탄광에서 일일 12시간 채굴 작업에 동원됐고 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수차례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됐다. 조선인 중 일부는 열악한 채굴 조건으로 병에 걸리거나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고 도망을 시도하다 바다에 빠져 익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인에게 지옥섬, 혹은 감옥섬이라 불릴 만큼 끔찍했던 군함도가 지난 2015년 7월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탄광'으로 세계유산에 최종 등재돼 충격을 안겼다. 이 유산에는 조선인 5만 7900여명이 강제 동원된 바 있는 하시마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개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역사를 인지하는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 군함도는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에게 주목받고 있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사연 속 2015년 영화 '베테랑'으로 1341만명을 동원, 충무로 흥행킹으로 등극한 류승완 감독이 가슴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자신만의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영화로 만들게 됐다. '베테랑' 당시 안하무인 재벌 3세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관객에게 권선징악에 대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그가 이번엔 잊어선 안될 비극의 역사를 꺼내 전 세계 경종을 울릴 준비에 돌입한 것. 그게 바로 올여름 관객을 뜨겁게 울릴 '군함도'다.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눈도장을 찍었고 여기에 황정민이 일본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에 오게 된 경성 호텔 악단장 이강옥 역을, 소지섭이 종로 일대를 평정했던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을 맡았으며, 송중기는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 역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정현이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 온 조선인 말년 역으로 합류하여 단단한 캐스팅 라인을 구축했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군함도'의 든든한 지원을 맡으며 순풍에 돛단 듯 항해를 시작했다. 일찌감치 류승완 감독은 "민족주의 정서에 기대기보다는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기획된 영화"라는 제작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군함도'는 탄탄대로였다. 국내 4대 배급사 빅매치가 펼쳐지는 여름 극장가 출격을 발표한 후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개봉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1분여 분량의 짤막한 런칭 예고편이 공개됐다. 런칭 예고편만으로 연출, 배우, 스토리 모두 탄탄한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라고 느껴질 정도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가뜩이나 높은 기대치를 100%, 아니 200% 끌어올리며 개봉을 기다리게 만든 것.

이렇듯 한창 '군함도'의 열기가 뜨거워진 상황. 그런데 난데없는 일본 극우 성향의 보도로 잡음이 터졌다. 류승완 감독을 비롯한 '군함도' 측 관계자는 분노했고 대중 역시 황당한 주장을 벌인 산케이신문에 질타를 쏟아냈다.


류승완 감독은 "수많은 증언을 통해 사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자료가 있고 우리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했다. 군함도 내부를 묘사하는 세트 역시 철저히 고증에 기반했다.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모두를 떳떳하게 드러냈을 때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는 그런 대목에서 아쉽다. 과거사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문화유산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에 지금 이런 주장들을 계속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국홍보전문가로 활약 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극우신문 산케이신문은 항상 그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역할을 한다. 잘못된 역사를 스스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런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 군함도는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인데 자신들에 불리한 부분을 잘못된 내용으로 주장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하시마섬을 등재할 때 결정문 주석에 강제징용 사실을 포함시켰고, 일본은 올해 말까지 유네스코에 이에 관련된 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등재 당시 일제강점기 역사를 빼놓고 신청을 해 유네스코 자문기관에서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일본 정부는 안내판 등을 통해 징용의 역사를 함께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각종 해외 영화제 마켓을 통해 입소문을 얻고 있고 국내에서 일찌감치 1000만 영화로 꼽히고 있는 '군함도'. 전 아시아적으로 관심을 받으며 선판매 문의가 늘고 있는 '군함도'의 행보가 두려웠던 걸까.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군함도'를 흠집 내기에 급급한 산케이신문의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오락적 재미뿐만이 아니라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 큰 울림을 주는 한국영화만의 매력. 전 세계 공감을 선사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한국영화의 힘이다. 이번 '군함도' 역시 전 세계 한국영화의 강점을 자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산케이신문의 잘못된 견제 덕분에 '군함도'의 참뜻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게 됐고 한창 편집에 몰입하던 류승완 감독은 더욱 견고한 '군함도'를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할 계기를 안게 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군함도' 포스터 및 예고편 화면 캡처·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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