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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김과장'으로 본 新흥행공식 #탈멜로#브로맨스#악역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3-31 15:1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안방극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시청자의 의식과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생의 비밀, 권력가들의 암투, 돌고 도는 삼각관계 등 뻔한 이야기에 싫증을 내고 있다. 이에 각 방송사는 시청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확실한 전략으로 시청자에게 어필한 작품이 있다. 바로 30일 종영한 KBS2 수목극 '김과장'이다.

'김과장'은 삥땅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노리고 TQ그룹에 입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부패와 싸우며 무너진 그룹을 바로 세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수목극 최약체로 분류됐던 것이 무색할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김과장'을 통해 새로운 드라마 성공 공식을 살펴봤다.


첫번째는 탈 멜로 선언이다.

한국 드라마는 유난히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메디컬 드라마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법정 드라마는 변호사들이 로펌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스릴러물은 형사들이 범인 쫓다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장르 불문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극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러나 '김과장'은 '기승전멜로' 공식에서 탈피한 쾌속 전개로 호평받았다. '김과장' 뿐 아니다. OCN '보이스', SBS '피고인' '낭만닥터 김사부' 등 최근 좋은 성적을 냈던 작품은 대부분 한국 드라마 멜로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멜로를 걷어낸 자리는 장르가 채웠다. 멜로에 시간을 굳이 할애할 필요가 없으니 메디컬('낭만닥터 김사부'), 법정물('피고인'), 스릴러('보이스'), 코미디('김과장') 등 각자의 장르에 충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큰 줄기가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버텨주면서 파생되는 에피소드들도 맥락을 갖고 개연성 있는 흐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드라마의 정체성을 확립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한편 재미와 집중도까지 높이는 효과를 냈다.


이처럼 장르물이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커플의 사랑이야기 보다 때로는 유치하고 때로는 짠한 남자들의 브로맨스가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과장' 또한 멜로 라인을 드러낸 대신 3인 3색 브로맨스로 감칠맛을 더했다. 김성룡과 추남호(김원해), 김성룡과 박명석(동하), 김성룡과 서율(준호)의 브로맨스에 시청자는 웃고 울었다. 특히 김성룡과 서율의 '티똘X먹소' 브로맨스는 '두 사람에게 베스트 커플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론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과장' 뿐 아니라 '낭만닥터 김사부'(한석규-유연석-양세종), '피고인'(지성-김민석), '도깨비'(공유-이동욱) 등이 모두 차진 브로맨스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바 있다.

KBS 정성효 드라마 센터장은 "관습적인 한국 멜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전형적인 멜로를 보여주기보다는 드라마에 잘 맞는 다른 요소를 찾으려다 보니 브로맨스 코드를 갖게 됐고, 그것이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특히 두 사람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김과장'을 비롯해 젊은 시청층도 좋아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KBS의 도전과 변신"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장르물 특성상 권선징악 구도가 형성되다 보니 주인공의 히어로화 현상과 악역 대두 현상도 생겨났다. 김성룡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부정부패를 척결해 나가는 의인이었고, 서율은 그에 맞서는 타락 검사였다. 두 사람이 대립하는 과정은 긴장감을 높였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김성룡이 승리를 거머쥐면서 사이다를 선사했다.

'김과장' 뿐 아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는 트리플 보드를 달성한 천재 외과의였고 '힘쎈여자 도봉순'의 도봉순(박보영)은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괴력소녀다. 이처럼 천부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기득권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고, 이는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과정에서 악역이 돋보이게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김과장'은 미워할 수 없는 서율의 개과천선과 절대 악인 박현도 회장(박영규)의 악행으로 사건을 이어나갔다. '김과장'의 경우는 유쾌하고 가벼운 기조를 유지했기에 악역조차 귀엽게 그려졌지만, 좀더 악에 물든 악역들도 있었다. '보이스'의 김재욱은 역대급 사이코패스 모태구 역을 맡아 '악역 연기의 기준을 바꿨다'는 극찬을 이끌어냈고, MBC 수목극 '미씽나인'의 최태준은 최태호 캐릭터로 '살인 열차'라는 섬뜩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피고인'의 엄기준, '낭만닥터 김사부'의 최진호, '도깨비'의 김병철 모두 선굵은 악역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권선징악형 장르물이 사랑받으면서 주인공과 대치점에 서 모든 사건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악역 캐릭터의 중요도가 커졌고, 배우들 또한 임팩트 있는 연기를 펼치면서 몰입도를 높인 효과다.


앞으로도 장르 드라마의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OCN은 '보이스'에 이어 타임슬립 스릴러물 '터널'을 방송 중이고, '김과장' 후속극인 KBS2 '추리의 여왕' 또한 로맨틱 코미디를 벗어난 휴먼 추리극을 표방하고 나섰다.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후속으로 방송되는 '써클:이어진 두 세계' 또한 과거와 미래에서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SF 추적물이다.

한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tvN '미생'의 히트로 드라마의 필수 구성 요소에 멜로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입증됐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로맨스는 빠지면 안되는 요소라 생각됐지만, 젊은 시청층이 오히려 로맨스 보다 장르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고 호응을 보내는 걸 보면서 장벽이 많이 깨진 것 같다. 최근 플랫폼 다변화로 특히 젊은 시청층이 분산됐다. 이 시청층을 유치하기 위한 방송사의 노력이 뜨겁다. 그래서 앞으로도 웰메이드 장르 드라마가 한동안 강세를 보일 듯 하다"고 밝혔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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