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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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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용규.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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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장원준의 목표는 명확했다. 긴 이닝 투구.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했다.
열악한 불펜 사정 때문이다. 현재 두산은 믿었던 선발들이 잇따라 조기 강판되며 불펜에 과부화가 걸린 상태다. 지난 26일 고척돔 넥센 히어로즈전에 출격한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7이닝 무실점)만이 이닝이터 역할을 해줬다. 다음날 유희관은 3이닝 7실점, 28일 니퍼트는 갑작스러운 담 증세로 2이닝 4실점 피칭을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또 2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5선발 임무를 맡은 안규영도 3이닝 3실점하고 바통을 넘겼다. 이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였다. 이에 따라 사흘 간 불펜진이 총 19이닝을 나눠 막아야 했다. 경기 중후반 던질 투수가 많지 않았다.
장원준도 이를 모를리 없었다. 누구보다 불펜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한화를 상대로 치르는 시즌 18번째 등판. 그는 당연히 6이닝 이상의 투구를 목표로 삼았을 테다. 삼진보다 맞혀 잡는 피칭으로 투구수를 절약하는 게 간절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최근 페이스가 좋은 한화 야수들의 방망이가 야무지게 돌아갔다. 5이닝 7안타 2볼넷 4실점. 125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펼치고도 6회부터는 이현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목표 달성 실패는 상대 테이블 세터에게 너무 많은 공을 던진 탓이다. 한화 1번 정근우, 2번 이용규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투구수를 늘렸다. 이날 둘에게 장원준이 던진 공은 모두 42개. 각각 3번씩 맞붙어 타석당 평균 7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정근우는 1회 첫 타석부터 끈질겼다. 볼카운트가 1B2S로 불리했으나 4구부터 8구까지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장원준이 던진 공을 모두 커트하며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2B2S에서 날아온 10구째 슬라이더.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당겨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연결했다. 경기 초반부터 찾아온 무사 2루 찬스. 후속 이용규는 보내기 번트였다. KBO리그 최고의 '커트 신공'이지만 3구째에 번트를 성공하며 1사 3루를 만들었다.
두 번째 타석은 나란히 삼진이었다. 2회초 2사 후 정근우가 7구 승부 끝에 바깥쪽 체인지업에 스탠딩 삼진 당했다. 3회 선두 타자로 나온 이용규도 장원준의 6구째 몸쪽 직구를 그대로 지켜보며 루킹 삼진 당했다. 이후 정근우는 4회 3번째 타석에서도 장원준의 5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 하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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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이용규와 장민석이 7회말 2사후 에반스의 플라이성 타구를 놓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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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회 이용규의 3번째 타석. 1회 정근우의 배팅을 보는 듯 했다. 집요하게 투수를 괴롭히며 타석을 지켰다. 그는 볼카운트 2B1S에서 4구부터 10구까지 연방 파울 타구를 날렸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커트쇼에 두산 배터리가 지쳐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볼카운트 2B2S. 장원준은 11구째 공으로 커브를 던졌다. 힘을 빼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넣었다. 이를 이용규가 놓치지 않았다. 툭 밀어쳐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 때 전광판에 찍힌 장원준의 투구수는 99개였다. 99개 중 42개를 상대 테이블세터에게 던졌다. 이후 송광민, 김태균, 로사리오, 김경언, 하주석을 상대하면서 투구수는 125개로 불었다. 한화 테이블세터진의 위력을 실감한 한 판이었다.
다만 이용규는 경기 막판 두 차례 아쉬운 수비를 보였다. 7회말 포구 실수를 잇따라 저질렀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공식 기록은 실책이 아니었으나, 사실상 실책이었다.
잠실-함태수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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