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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감독 선임 사과문' 상처만 남은 24일 동행,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

나유리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25 07:13 | 최종수정 2025-01-25 08:37


'초유의 감독 선임 사과문' 상처만 남은 24일 동행, 정말 이게 최선이…
SSG 랜더스 공식 SNS 계정에 게재된 공식 사과문.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난 24일의 동행.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SSG 랜더스 박정태 2군 감독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SSG 구단은 24일 박정태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SSG가 박정태 2군 감독 선임 소식을 발표한 것은 지난 12월 31일. SSG는 "박정태 감독이 선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선수별로 육성 솔루션을 제시하고, 투지와 끈기의 육성 문화를 선수단에게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설득형' 선임 이유를 밝혔었다.

그러나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왔다. 현장을 떠난지 12년 이상된 상태의 지도자가 과연 바로 2군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또 조카인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과 같은 구단에서 2군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된 것에 대한 우려가 따라왔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과거 3차례의 음주 운전 이력이었다.

야인이었던 시절인 2009년 1월 술에 취한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의 운전을 방해하고, 폭행을 한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었다. 그 과정에서 2차례 더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있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야인이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KBO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지만, 총재 직권으로 등록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강정호 사례'와 비교한 예상이 뒤따랐다.


'초유의 감독 선임 사과문' 상처만 남은 24일 동행, 정말 이게 최선이…
박정태 전 감독.
25일부터 국내 훈련을 시작하는 SSG 2군 선수단의 일정을 앞두고, 구단도 박정태 2군 감독을 밀고나갈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결정을 번복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여론도, 언론 반응도 좋지 않았다.

결국 박정태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 의욕적으로 현장 복귀를 준비했지만, 여론에 대한 큰 부담을 느꼈고 무엇보다 구단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라는 점이 마음의 짐으로 작용했다. 박정태 감독이 "선임 이후 팬분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향후 낮은 자세로 KBO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보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고심 끝에 받아들이면서 사임이 확정됐다.


SSG는 사임 발표 후 구단 SNS를 통해 팬들을 향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이번 퓨처스 감독 선임과 관련해 일련의 일들로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향후 구단은 KBO리그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업무 전반에 대한 세심한 점검과 개선을 진행하고, 팬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일에 대해 사과드리며, 조속한 시일 내 선수단을 재정비하고 최상의 경기력으로 2025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사실 감독으로 부임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임 사실 자체만으로 이토록 큰 논란이 일어나고 결국 훈련 시작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감독이 교체되는 것은 매우 희귀한, 극히 드문 사례다. 특히 이런 논란으로 구단이 사과문까지 발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유의 감독 선임 사과문' 상처만 남은 24일 동행, 정말 이게 최선이…
지난해 SSG 2군 감독이었던 손시헌 1군 수비코치는 특유의 뚝심으로 육성을 잘 이끌었다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훈련양이 많았지만, 그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이 1군 수비 보강을 위해 손시헌 감독을 1군 수비코치로 올리기를 요청하면서, 그 이후 후속 2군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런 잡음이 일어났다.

박정태 전 감독은 지난해부터 후보로 언급됐다가 11월 유력 후보로 선정됐고, 최종 확정까지 됐으나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임을 강행했는데, 발표까지 망설이는 시간이 길었던데다 발표 이후 후폭풍까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내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이 아쉬웠던 지난 한달이다.

SSG 2군은 결국 감독 없이 2025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한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2월 10일부터 시작될 스프링캠프 훈련 전까지 감독 선임이 가능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단 파트별 담당 코치들이 훈련을 지휘하고, 구단은 내부 승격과 외부 영입 등 최대한 빨리 인정받을 수 있는 새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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