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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下]`군데렐라` 이정협 "슈틸리케 감독 `솔저`라 불렀다"

기사입력 2015-02-08 18:12 | 최종수정 2015-02-09 07:18

이정협 거수경례
상주 상무의 남해 전지훈련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정협. 남해=하성룡 기자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통해 '깜짝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구름 위를 걷기까지 이정협(상주)도 고민이 많았다. 대표팀에서 부진하게 될 경우 '무명'이었던 자신을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8일 베이스캠프인 호주 시드니에 입성하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슈틸리케 감독과 호텔 로비에서 가진 개인 면담 덕분이었다. 그는 "리그에서 4골 밖에 넣지 못했는데 솔직히 나도 대표팀에 뽑힌게 신기하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감독님이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해라. 걱정말고 평소대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라. 잘하든 못하든 뒷 일은 내가 책임진다'고 말씀해주시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도 감독님께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면담 효과가 컸다. 이정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리허설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고, 조별리그 호주전과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득점을 뽑아내며 슈틸리케호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정협은 호주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이후 슈틸리케 감독에게 뛰어가 품에 안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용히 등을 두드려줬다. 이정협은 "감독님 면담 이후 마음을 다시 잡았다. '잃을게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그냥 죽기 살기로 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을 통해 '군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군인+신데렐라'가 합쳐진 신조어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얻은 첫 별명, 그에게는 더욱 특별했다. "대표팀에서는 (손)흥민이가 장난치면서 '군데렐라'라고 불렀다. 내 인생에 있어서 못 잊을 경험이었다. 전역 후에도 계속 '군데렐라'라는 별명을 이어가고 싶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정협이 현역 군인 신분인 것을 십분 활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른 태극전사들에게는 모두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이정협만은 "솔저"라고 불렀단다. 평소 농담을 잘 하지 않는 슈틸리케 감독의 입에서 '솔저'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대표팀 동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 또한 슈틸리케 감독의 특별한 노림수였다고 한다. 이정협은 "나중에서야 듣게 됐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솔저'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혹시 기분 나빴다면 이해해달라'고 얘기하셨다"면서 "선수들의 감정을 잘 파악하시는 감독님 같다"고 말했다. 군인 신분이기에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이근호(엘 자이시)가 골을 넣고 '거수경례'를 하는 것을 보고 이정협은 같은 그림을 상상했다. 꿈이 현실이 됐다. 사우디전이었다. 그러나 아뿔사, 며칠 뒤 '거수경례' 자세가 잘못돼 국군체육부대에 '민원'이 들어왔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경례시 엄지 손가락이 보이면 안된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이정협은 쉬는 시간에 거수경례 연습에 매진했다. "사우디전 이후 숙소에서 (장)현수를 앞에 세워놓고 엄지손가락에 쥐가 날만큼 연습했다." 효과가 있었다. 호주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호주 팬들과 카메라를 향해 연습한 '거수경레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정협은 "부대에 복귀한 이후 호주전에서 제대로 거수경례를 했다고 칭찬받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대표팀 동료들과의 추억도 소중하다. 무엇보다 차두리(서울)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5학년(2002년)때 TV로 봤던 두리형을 직접 봐서 신기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두리형이 팀을 위해 희생하시고 열심히 해주셔서 감동 받았다. 고참 형들이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하지만 두리형에게 우승컵을 안겨드리지 못해 미안했다."

휴가를 마치고 상주의 전지훈련지인 경남 남해에 합류한 이정협의 가슴에는 이제 태극마크가 아닌 상무의 '불사조' 엠블럼이 자리해 있다.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타이틀은 잊었다. 새 출발이다. 그는 "소속팀에서 내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 상주에서부터 주전 경쟁을 해야 대표팀에 다시 발탁될 수 있다. 대표팀에 다녀온 만큼 상주에서 더 열심히 뛰겠다"며 새 시즌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단독인터뷰上]`군데렐라` 이정협 "사람들 알아보는게 신기"

남해=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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