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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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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채 시험도 KBS만 2번 봤다. 아예 개그 자체를 KBS에서 처음 '개그사냥'이란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굉장히 정이 가는 곳이고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나도 '개콘' 팬이었고 정말 '개콘'을 사랑했었다.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덧 나도 '개콘' 8년 차다. 그리고 '개콘'이 잘 되고 있어서 너무나 뿌듯하다. 앞으로도 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후배들에게 이 무대를 물려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다.
─ 최근 '개콘'에서 tvN '코미디빅리그'로 이적하는 개그맨들이 많다. '코미디빅리그' 합류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
나는 KBS에만 있었고 '개콘'만 꾸준히 열심히 해왔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 '개콘'처럼 장수하는 개그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그런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후배로 처음 들어왔을 때 개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1000명 관객 앞에서 어떻게 해아하는지 몰랐다. 대사 한마디 하고 받쳐주는 역할인데도 너무 떨렸다. 그런데 선배들이 노하우를 계속 전수해주셨다. 요즘 '개콘'에서도 '멘토-멘티제'를 도입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코너를 짜고 그 코너를 올리는 시스템이다. 새로운 코너를 계속 양성해 나가고 있다.
─ 인기 코너도 많은데 새 코너를 만드는 이유가 뭔가
신인 스타들이 나와줘야 '개콘'을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거다. 시청자분들도 새로운 얼굴을 보길 원하신다. '개콘'은 끊임없이 후배를 양성하고 새로운 스타가 나올 수 있게 밀어준다. 나도 내 동기들도 그랬던 것 같다. 감독님이 신인을 뭘 믿고 무대에 세우겠나. 편집될진 모르겠지만 경험할 수 있게 무대에 계속 세우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내가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할 때도 나, 허미영, 장효인 모두 신인이었다. 짧았지만 무대에서 그 코너를 끌고 나가는 걸 배워왔다. '개그전사 300'이란 코너에서도 박지선 박성광 장도연 등 우리 동기들을 많이 밀어줬다. 신인들에게는 좋은 무대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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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계신다. 그중 한 분은 유상무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나보다 3년 선배다. 유상무가 나를 개그맨 할 수 있게 해준 친구이자 선배다. 전혀 개그 쪽에 생각 없을 때 "너는 개그맨 해야된다"고 얘기했던 친구다. 고등학교 때 워낙 단짝이었고 같이 선생님 성대모사하고 장기자랑 무대에 많이 섰다. (개그맨이 될)생각이 없었는데 그 친구가 개그맨 할 수 있게 해줘서 가장 고마운 선배이자 친구다. 또 한 분은 김병만이다. 너무 감사하다. 내가 신인 되고 나서 캐릭터를 잡고 내 코너를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 준교수 캐릭터도 그렇고 '생활의 발견' 컨셉트도 그렇고. 예전에도 몇번 얘기했지만 후배들 장점을 많이 봐주고 후배들이 어떤걸 하면 좋겠다고 조언 많이 해주는 선배다.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외국인 캐릭터 잡을 수 있게 도와준 선배님이라 너무 고맙다. 전화 드려야겠다.(웃음)
─ 고마운 후배도 있을 것 같다.
정해철. '억수르' 코너 컨셉트를 짤 때 그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다. 조지훈 선배도 고맙다. '억수르' 코너를 처음에 같이 짰기 때문이다. 정해철도 이 아이디어 내고 같이 회의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마운 사람은 너무 많다. 생각해보면 다 고맙다. 같이 '억수르' 코너에 출연하는 김민경 오나미 다 고맙다. 홍훤씨라고 계속 나오다 편집도 되고 하지만 고맙다고 하고 싶다.
─ 기억에 남는 선배, 혹은 후배는 없나
농담으로 많이 하는 얘긴데 안일권이랑 친하다. 안일권이 나보다 1년 선배다. 내가 공채 개그맨이 아니었을 때 '개콘'에 코너 검사를 맡아서 통과된 적이 있다. 김기열이랑 같이 코너를 했을 때다. 그래서 '개콘'에 먼저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공채 선배들한테는 눈치 보일 수가 있다. 공채 개그맨이 아닌데 코너 한다는 것 자체가 굴러온 돌이니까. 그때 안일권이 공채 막내 개그맨이었는데 나한테 "인사할 때 다른 선배들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인사하라"고 했다. 그래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더니 "다른 선배들 보니까 조용히 해"라고 하더라. 자기도 막내인데 텃세를 부리더라. 요즘 농담식으로 "왜 그렇게 텃세 부렸냐"고 하면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눈도 크고 그런 애가 와서 하는 게 그렇게 보였다. 나도 공채인데"라고 한다. 내가 8년 차이고 안일권이 9년차인데 요즘도 가끔 "그때 더 뭐라고 했어야 했는데. 요즘 더 눈엣가시야. 잘돼서". 이렇게 농담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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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요즘엔 특히 그렇지 않다. 분위기가 어색하면 아이디어도 잘 안나온다. 그래서 선배들도 후배들을 많이 풀어주려고 한다. 나도 일부러 농담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든 뒤에 회의를 한다. 그래야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군기잡거나 이런 선배는 없다.
─ 정말 별로였던 선배도 없나.
나한테는 특별히 뭐라고 했거나 그랬던 선배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주의 자체가 선배들이 뭔가를 시키면 빠릿바릿하게 잘 움직이고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하나. 어디가도 욕 안먹는 스타일이다. 딱 중간은 하는 스타일이다. 튀지도 않고. 특별히 선배나 후배나 별로였던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 '개콘'에서 송준근은 어떤 선배, 혹은 후배인가
후배들한테 엄하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살갑게 막 으X으X하고 리더십 있고 그러지도 잘 못하는 것 같다. 유하다고 해야되나? 싫은 소리 잘 못한다. 그런데 되도록이면 잘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후배들이랑 같이 코너를 하면 "이런 부분 어떻게 연기해야 되느냐"고 항상 물어본다. 그러면 내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한다. 나도 선배들에게 그렇게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 애들이 다가오면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 뿐 아니라 타사 프로그램들도 올라오고 있다. '개콘' 뿐 아니라 개그 프로그램 자체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개콘' 말고도 '웃음충전소', '폭소클럽' 등 개그 프로그램이 많았다. KBS 자체적으로도 코미디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기고 코미디 시장이 더 넓어져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무대가 더 넓어지면 좋겠다. 이달 말에 2번째로 부산 코미디 페스티벌이 열린다. 준호 형님 뿐 아니라 전반적인 개그맨들이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개그하면 '개콘'을 떠올리실 수 있겠지만 더 넓은 영역에서 개그맨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 새로운 분야라면?
나도 연기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예전엔 많은 관객들 앞에서만 연기를 해봤다면 관객이 없는 곳에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그곳에 없는 시청자분들을 생각하며 연기한다는 게 어려웠다. 요즘 신보라를 비롯해 많은 개그맨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임하룡 선배님처럼 사랑받는 희극배우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육아 프로그램을 해봐도 많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예능은 항상 떨리긴 하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도 순간적인 애드리브 등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