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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와 가족, 그 불편한 관계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2-08-23 16:20 | 최종수정 2012-08-23 16:20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음주문제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은 KBS추적60분 제작팀(8.22 방송 '술 취한 대한민국 비틀거리는 음주정책')의 의뢰로 애주가 남편의 술문제에 대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본인의 음주상태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애주가 20명에게 자가진단표(audit-k)를 통해 자신의 음주습관에 대해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정상음주군에 해당한 사람은 13명(65%) 뿐이었고, 5명(25%)은 위험음주군, 2명(10%)은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 즉 알코올남용 또는 알코올의존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애주가 20명의 아내들에게도 남편의 음주습관을 체크하도록 했는데, 아내의 테스트 결과와 남편의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내가 본 남편의 음주상태는 정상음주군이 45%(9명)에 불과했고 위험음주군이 40%(8명)으로 조사됐으며,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이 15%(3명)로 나타난 것이다.

조사에 참가한 애주가 집단은 본인이 매우 건강한 음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실제로 35%가 잘못된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아내집단의 조사결과에서는 남편들이 그보다 더 높은 55%가 잘못된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또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술문제를 부정하고 축소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에 그 가족과의 점수 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실제로 다사랑중앙병원 자체적으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그 보호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진행한 검사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관리병동 환자 20명이 자신의 입원 전 음주습관에 대해 체크한 검사 결과 4명(20%)이 정상음주군에 해당했고 45%(9명)이 위험음주군에 속했으며 7명(35%)만이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호자가 환자의 술습관을 보고 체크한 결과를 보면 16명(80%)이 알코올사용장애추정군으로, 9명(20%)이 위험음주군으로 나타났으며 정상음주군은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환자의 술문제에 대한 환자 본인과 보호자의 극명한 생각 차를 보여주는 한편, 자신이 술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알코올 의존 환자의 특성을 보여준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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