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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예상치 못했던 완패였다. 하지만 4년 전 이때를 돌아보면 반전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음을 알 수 있다.
불펜 운용에서도 상반됐다. 믿었던 카드 노경은이 5회말 윤석민이 우전안타를 맞은 뒤에 등판했지만 1이닝 2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또한 뒤에 나온 손승락과 차우찬도 전혀 해답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마크웰의 뒤를 이어 오르란도 은테마가 3이닝 무실점으로 자연스럽게 승리에 다가갈 수 있었다.
4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이와 비슷한, 아니 더 절망적이었던 일이 있었다. 2009년 3월 7일 한국은 제2회 WBC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2-14 7회 콜드패를 당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반전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일단 당시와 지금 멤버에 큰 변화가 없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 중심선수가 거의 흡사하다. 추신수와 이범호, 이종욱이 없을 뿐 이용규-정근우의 테이블세터 라인과 김태균-이대호-김현수의 클린업트리오는 똑같다. 이미 대반전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네덜란드전 패배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수비이닝이었던 8회말 오승환의 등판도 희망을 선사했다. 오승환은 8회말 1사 2, 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동안 2탈삼진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오승환은 호조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네덜란드 타자들을 완전히 눌렀다. 오승환의 직구에 네덜란드 타자들의 배트는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적어도 이번 대회 지금까지 나온 어느 투수와 비교해도 첫 손가락에 꼽을만한 구위였다. 이는 즉 한국이 리드하고 오승환이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만 오른다면, 언제나 그랬든 오승환이 승리를 가져온다는 의미가 된다.
심지어 똑같은 두 팀이 붙어도 전날 한 쪽이 대패했다가 다음날 대승하는 게 야구다. 불펜 운용은 아쉬웠지만 선발투수 윤석민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다했다.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전에 내정된 선발투수가 윤석민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승부를 펼칠 것이다.
류중일 감독도 네덜란드전 패배 직후 “안타를 4개 밖에 치지 못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반전의 시간은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 내일(3일) 하루 시간을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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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