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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갑을 열고 기다리는 팀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프로선수에게 연봉이란 그간 보여준 성과에 대한 보상이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다. FA는 보다 좋은 조건의 팀을 찾을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13명 중 12명이 자의로 원 소속팀 잔류를 선택했다. 더 나은 연봉이나 진한 인간적 유대감으로는 선수들의 잔류 의지를 흔들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무려 5명의 FA 선수(박정아 염혜선 김수지 김해란 황민경)가 팀을 옮긴 2017년 같은 사례도 있다.
배구계에서는 이번 FA 시즌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이적에 필요한 조건'이 연봉만은 아니라는 것.
먼저 팀 전력의 차이다. 현대건설은 4명의 FA를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다. '연봉퀸' 양효진을 비롯해 고예림 이나연 김주하까지, 역대급 스타플레이어부터 준척급, 어느 팀에나 필요로 할 감초 같은 선수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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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역시 비슷하다. FA가 된 안혜진과 유서연 입장에선 떠날 유인도 있었다. GS칼텍스의 샐러리캡은 빡빡했고,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안혜진이나 2시즌 연속 좋은 활약을 보인 유서연의 가치는 한껏 높아져있었다.
하지만 2020~2021시즌 트레블을 차지한 팀에서 이소영 하나가 떠났을 뿐, 탄탄한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시즌 에이스 강소휘가 거듭된 부상에 시달렸음에도 현대건설-도로공사와의 빅3 체제를 공고히 했다. 시즌 득점(819점)-공격성공률(47.3%) 모두 1위를 거머쥔 외인 모마 역시 사실상 재계약에 합의한 상태. 검증된 리더십의 차상현 감독과 함께 우승에 재도전한다는 청사진은 충분했다.
김호철 감독이 부임한 IBK기업은행도 있다. 기업은행은 5라운드 5승1패를 기록하는 등 김 감독 부임 이후 인상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세터 김하경과 이진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고, 김희진을 중심으로 한 기존 선수들과 자연스러운 융화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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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으로 주목받았던 AI 페퍼스(페퍼저축은행)의 전력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페퍼스는 창단 때부터 노골적으로 차후 FA를 노리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난 시즌 3승28패라는 처참한 성적표. 김 감독 스스로도 "풀 전력으로 붙으면 이기기 어렵다"고 인정할 만큼 기존 팀들과의 전력 차이가 컸다. 박사랑 서채원 박은서 등 신인 선수들의 성장에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페퍼스 측은 FA 영입을 통해 제 궤도에 오르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했지만, 기존 선수들에겐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 결국 페퍼스는 세터 이고은 1명 영입에 만족해야했다. 박사랑-이현-구솔에 이고은까지 가세한 세터진은 두터워졌지만, 공격진 보강에 실패한 이상 차기 시즌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한편 7일 도로공사는 이고은의 보상선수로 페퍼스의 신인 리베로 김세인을 지명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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