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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박수였다. 그 동안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하던 한국전력 빅스톰은 비 시즌의 승자였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오랜 만에 시원하게 투자했다. 올 시즌 자유계약(FA) 박철우를 총액 7억원(연봉 5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에 영입했고, 오재성에게 현 리베로 최고액인 연봉 3억원을 주고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OK금융그룹 레프트 이시몬을 연봉 1억3000만원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부화뇌동(附和雷同) 됐지만, 구단도 희생양이라고 봐야 한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됐다. 구단은 선수 연봉공개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며 암묵적으로 준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득했지만, 김 사장의 의지는 변함없었다. 구단은 그룹에서 내려온 지시를 막을 수 없었다. 복수의 배구계 관계자들은 "김 사장은 오히려 연맹과 타 구단을 설득하지 못한 구단 프런트의 무능함을 질책했다"고 귀띔했다. 결국 구단에선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습적으로 선수 연봉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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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한국전력은 이번 사태에 반발하는 타 구단들에게 '샐러리 캡 최소 소진율' 위반 벌금과 이사회 의결 사항 위반 벌금까지 다 내더라도 선수 연봉 공개를 먼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그걸 실행에 옮겼다.
한국전력은 이제 또 다시 읍소 전략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샐러리 캡 사안 때 선처를 받은 것처럼 각 구단 단장들이 모이는 이사회에서 읍소해 벌금을 맞지 않는 쪽으로 유도하려고 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이사회 멤버들의 결정이다. 또 다시 '봐주기식' 결정을 내릴 경우 이사회는 그냥 해체하는 것이 낫다. KOVO 최고 결정기구의 의결을 멋대로 뒤집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버리는 구단을 눈 감아준다는 건 존립의 의미가 없다. 벌금은 이전 것까지 소급해서 적용해야 하며, 승점 삭감까지도 논해야 할 사안이다. 게다가 재발시 중징계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한국전력 혼자 배구하는 것이 아님을 주지시켜야 한다.
결국 구단이 키운 화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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