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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강스파이크]FA시장 물 흐리는 샐러리캡 옵션, 이대로 둘 것인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4-11 14:06



5년 전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A선수는 원소속팀과 대형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A선수는 '연봉 톱'을 찍었다. 그러나 잡음이 들렸다. A선수를 품지 못한 팀에선 보이지 않는 돈이 발생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순수 연봉만 따지는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에 옵션이 포함돼 있지 않다 보니 계약금과 수당, 현물은 고스란히 검은 돈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FA시장의 물은 한 순간에 흐려졌다. A선수가 기준이 돼 FA 대상 선수들은 연봉을 떠나 A선수에 준한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 구단들은 스타 또는 주축선수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떤 옵션을 챙겨줄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렇게 FA시장이 탁해진 원인으로는 샐러리캡의 허점을 파고든 구단들에 있다. '저 팀에선 검은 돈을 뒤로 줘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도 뒤지지 말고 뒷돈 싸움을 해보자'는 사고 안일주의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한국배구연맹에 있다. 연맹은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구단이 연맹에 보내는 공문을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샐러리캡에 수당이 포함되지 않는 규정은 연맹이 실무위원회를 거쳐 이사회를 통과해 제정해 놓았다.

물론 선수 생명이 짧은 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을 최대치로 평가받을 수 있는 FA 신분 때 많은 돈을 받아야 하는 건 옳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넓은 시장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축구와 야구에 쏠린 시선을 배구가 조금이라도 나눠가질 수 있다. 쉽게 말해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가 초등학교 때 종목을 선택할 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배구를 당당하게 택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레프트 전광인.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연봉 킹'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FA 시장에 거물급 선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한국전력의 레프트 전광인(27)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미 원소속팀과 1차 협상에 돌입한 전광인은 한국전력으로부터 거액을 제안받았다. 지난 시즌까지 5억원으로 '연봉 킹'에 오른 한선수(대한항공)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전광인이 원하는 연봉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1차 협상은 결렬될 것으로 보인다. 전광인은 다음달 11일부터 20일까지 다른 구단의 달콤한 제안을 들어볼 것이 유력하다.

다만 남자부와 여자부가 샐러리캡 소진율 90%에 달한 상황에서 전광인의 몸값은 한국전력이 부른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젠 '뒷돈' 전쟁이다. 어느 팀에서 수당이라는 명목 하에 전광인이 바라는 연봉까지 맞춰줄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선 공기업 한국전력이 힘을 내기가 어렵다. 둥지를 옮기는 건 선수의 자유이고 FA시장에 뛰어들어 굳이 전광인을 잡지 않아도 되는 구단도 있겠지만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연맹에선 불공정하게 흘러온 환경 개선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남자부만이라도 샐러리캡을 없애고 운영비를 구단 자율에 맡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반대 논리는 있을 수 있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팀만 스타들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이 진정한 프로세계의 모습이다.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팀 여부를 알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는 팬에게 흥미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답답함만 가중될 수도 있다. 긍정적인 면 중 한 가지는 객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이 스타군단을 꺾었을 때 팬에게 전달되는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이젠 인기에 비례해 V리그만의 글로벌 스탠다드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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