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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세터' 권영민(38)이 16년간 정든 코트를 떠난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도 권영민의 은퇴를 만류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영민이와 면담 때 지금 판단하지 말고 계약기간인 6월까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선수가 더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은퇴로 마음을 굳힌 모습이더라"고 설명했다. 또 "지도자를 하길 원하더라. 영민이가 지도자로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곳이 보이면 언제든지 보내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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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도 있었다. 지난 2008년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두 시즌 연속 삼성화재에 우승컵을 내준 뒤 찾아온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은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훈 코치를 영입해 '기 살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2010년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최태웅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서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나의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공존할 수 없었다.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권영민은 불쾌했다. 이 때 느낀 것이 많았다. 그 동안 최태웅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이 다소 씁쓸했다. 반대로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참'이 되자 '솔선수범'했다. '맏형'이라고 해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선배들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을 자신이 고참이 되자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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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꿋꿋이 버틴 결과, 지난 1월 31일 금자탑을 쌓았다. V리그 남녀부 최초로 1만3000세트를 달성했다. 권영민은 "남자부 최초라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권영민은 현대캐피탈-KB손보-한국전력에서 만난 수많은 사령탑의 장점만 빼내 지도자 인생에 장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배운 게 배구다. 김호철 감독님께 배웠고 김 감독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서 "최태웅 감독은 세계배구 트렌드를 가장 잘 적용하신다. 본받을 점이 있다. 특히 다양한 감독님과 생활해봤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