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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려는 대한항공 vs 버티려는 현캐, 운명의 그 날 밝았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3-30 05:23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17-2018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28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한항공이 3대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공격을 성공한 후 환호하는 대한항공 선수들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운명의 날이 밝았다.

2017~2018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이 탄생할까. 아니면 최종전 단판승부로 넘어갈까.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30일 오후 7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릴 챔프전 4차전에서 충돌한다.

대한항공이 승리할 경우 그야말로 새 역사가 쓰이게 된다. 지난 1986년 창단 이후 첫 챔프전 우승이다. '4전5기'다. 역대 다섯 번째 오른 챔프전에서 첫 번째 별을 달게 된다.

반면 현대캐피탈이 승리할 경우 5전3선승제인 챔프전은 2승2패로 다시 팽팽해진다. 2006~2007시즌 이후 11년 만의 통합우승의 꿈을 다시 부풀릴 수 있다. 특히 최종 5차전이 다음달 1일 홈 구장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홈팀 현대캐피탈이 반전의 계기를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분위기상으로는 우승이 대한항공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안되는 게 없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만든 강서브 시스템이 챔프전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1차전에선 서브에이스를 무려 11개나 폭발시켰다. 2차전에선 8개, 3차전에선 5개로 현대캐피탈을 압도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라이트 공격수 미차 가스파리니는 지난 챔프전 3경기에서 홀로 8개의 서브에이스를 책임지며 막강 화력의 중심에 서 있다.


'국보급 세터' 한선수의 환상적인 볼 배급을 통해 대한항공은 모든 공격수들이 편안하게 공을 때리고 있다. 한선수가 펄펄 나는 이유는 역시 견고한 리시브 덕분이다. '수비형 레프트' 곽승석을 비롯, 정지석과 리베로 정성민이 안정된 리시브로 한선수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곽승석과 정지석은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일명 '진'씨 센터 듀오 진상헌-진성태도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진상헌은 3차전 1세트에서 100%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동안 6경기를 치르면서 고갈된 체력은 승리로 버텨내고 있다. 채식주의자 가스파리니는 다른 선수들이 '고기'로 영양을 채울 때 '초밥'을 먹으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선수들의 눈빛에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해놓고도 챔프전 우승을 놓친 아쉬움, 그 동안 네 차례 챔프전 준우승에 머문 데 대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의욕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구단도 선수단의 편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단의 이동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신갈 숙소 대신 경기장과 불과 1.5㎞밖에 떨어지지 않은 호텔에 머물도록 배려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17-2018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28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17-2018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28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현대캐피탈 신영석의 공격이 대한항공 정지석, 진상헌의 블로킹에 막히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현 시점을 기준으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현대캐피탈이 열세다. 부상병동이다. 주포 문성민이 지난 1일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던 순간 발목 부상을 했다. 신영석도 무릎에 이상을 느끼고 있고 주전 세터 노재욱은 3차전 몸을 풀 때 허리를 삐긋해 4차전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3차전에는 백업 이승원이 코트 위에 섰지만 선수들과 제대로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1승 후 2연패,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규리그 때 보여줬던 예측하지 못한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경기를 즐기기 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있다는 방증이다. 2차전 패배 이후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편안함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선수들은 대한항공의 기세에 밀려 무기력한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대한항공의 강서브를 견뎌내야 하고 부상 중인 문성민 신영석의 공격이 터져줘야 한다. 특히 세터 이승원이 알을 깨고 나와야 공격수들도 함께 부활할 수 있다.

결국 대한항공의 '창'을 잘 막아낸 뒤 승부를 마지막까지 몰고가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통합우승의 꿈을 현실화 할 수 있다. '희생'과 '헌신',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의 탈출구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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