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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 불어온 여자부 샐러리캡 '갑론을박', 이젠 더 발전적인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파장이 일었다. '배구여제' 김연경(30·상하이)은 자신의 SNS에 '여자배구 샐러리캡 남자배구 샐러리캡 차이가 너무 난다'며 '왜 점점 좋아지는 게 아니고 뒤쳐지고 있을까? 이런 제도라면 나는 한국리그에서 못 뛰고 해외에서 은퇴를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KOVO를 향한 비판은 물론, '남녀차별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자부 샐러리캡은 V리그 원년인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상향돼왔다. 6억원에서 시작해 13년이 흐른 지금 14억원이 됐다. 25% 제한 규정에도 이유가 있다. V리그 여자부 흥행 이면에 존재하는 '내실 문제'다.
날이 갈 수록 여자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프로스포츠로서 '자생력'을 갖춘 수준은 아니다. 여자부 구단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여자부 A구단 관계자는 "프로 출범 후 구단 재정 상태에 맞춰 샐러리캡이 증가해왔다. 과거에 비해 인기가 늘었다고 해도 실질적인 수입 증가엔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25% 제한룰 역시 장단점이 있는데, 현재 여자부 상황에선 선수단 운영 측면에서 필요하다. 1명의 선수에게 고액의 연봉이 쏠리지 않게끔 해서 뒤에 있는 선수들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자부 구단은 프런트 전문화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동시에 KOVO도 롤링A보드, 경기장 바닥 광고 등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일부를 구단과 나누는 등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지금 당장은 쉽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통해 맞춰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C구단 관계자는 "샐러리캡 도입 취지는 전 구단이 같은 예산으로 선수단을 운영해 공정하고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끔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샐러리캡엔 선수 순수 연봉만 산입된다. 일부 구단에선 수당, 계약금 등으로 웃돈을 얹어 선수를 데려가는 방법을 사용한다"라며 "이런 부분들을 구단, KOVO가 협력해서 근절한다면 더 건전하고 공정한 프로리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의 샐러리캡은 액수나 제한이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운용"이라고 덧붙였다.
KOVO 관계자는 "샐러리캡, 25% 제한룰 등의 사안이 문제적 요소로 떠올라 안타깝다"고 운을 뗀 뒤 "분명 여자부 구단의 상황에 발 맞춰 조정을 해왔다. 앞으로도 리그 사정에 맞춰 얼마든지 상향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자부 흥행과 발전을 위해 구단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통합마케팅을 통한 수익 공유도 장기적으로 풀어낼 부분"이라며 "이와 더불어 유스 육성, 2군 리그 도입 등 발전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했다. 더 발전하는 V리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올 시즌 플레이오프 여자부 2차전 경기엔 161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적은 수치다. 순수 유료관중만 따지면 숫자는 더 줄어든다. 여자부의 인기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샐러리캡, 25% 제한룰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발전 과정에서 나온 성장통이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 리그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