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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강스파이크]이젠 V리그에 실효성 있는 유소년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1-08 22:24


지난해 말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두 가지였다. 이 중 한 가지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팀당 두 명씩 뽑자는 것이었다. 이 안건은 최근 부결됐다. 이유는 타당했다. 트라이아웃을 도입한 배경을 다시 주목했다. 바로 유소년시스템 구축이다.

아직 말 뿐이다. KOVO는 구단 연고지 배구인구의 저변확대와 팬 확보, 영재 조기 발굴 및 선수육성을 목적으로 2012년부터 유소년 배구교실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33개교, 8000여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배구의 저변 확대 차원, 즉 클럽에서 활동하는 일반인들에게 국한된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활동도 필요하다. 다만 구단별 엘리트 배구선수 육성 방안에 대한 접점은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유소년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사업 진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프로배구의 특성을 인정하고 현실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유소년시스템이라는 것은 연고지를 기반으로 주위 학원배구팀을 클럽 소속으로 만들어 유망주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V리그 팀들의 연고지부터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다. 남자부에선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여자부에선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정도만 지방 팀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다른 핵심은 대부분의 초·중·고교 팀들도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방팀들이 연고지 별로 유소년 팀을 나눌 때 피해를 보게 된다.

유소년시스템 도입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면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팀 분배다.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각 구단들은 기존 성적이 좋은 팀을 자신의 구단 유소년팀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반드시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추첨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구단 소속의 유소년팀 수다. 초등학교만 남녀팀을 합쳐 70개가 넘는다. 그런데 한 프로팀에서 한 초등학교만 자신의 클럽 유소년으로 구축할 경우 다른 학원 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때문에 국내에 소외되는 유소년 팀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초기 구축 자본이 많이 발생할 경우에는 시행기간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초등학교만 유소년시스템에 집어넣고, 2년 뒤 중학교, 4년 뒤 고등학교를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유소년시스템을 가장 반대하는 구단들의 논리는 '구축 비용'이다. 기존 선수단 운영비에다 +α의 돈이 들어간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일부 학교의 덩치만 부풀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학교지원금을 줄이는 것이다. 통상 드래프트 이후 3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학교지원금으로 빠져나가는데 여기서 절반만 줄여도 충분히 유스팀 운영 자금이 나온다.

또 다른 노력도 필요하다. KOVO가 나서야 한다. 바로 지방 학원 팀들의 인식 전환이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KOVO가 유소년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면 지방 학교 교장들은 왜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지방에선 배구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인식 자체가 떨어져 있다. 그것을 개선하는 작업부터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귀뜸했다.

유소년시스템,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하고 싶어하는 구단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태생적 모순으로 KOVO는 형평성을 주장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 도돌이표 같은 논리 속에 배구의 씨앗이 말라가고 있다. 조원태 KOVO 총재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2팀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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