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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강타한 '오심 비극', 체계적 육성 시스템 필요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2-26 18:18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모두가 피해자다."

'오심 비극'을 직격으로 맞은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이 지난 22일 현대캐피탈과의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3대2 KB손해보험 승) 종료 후 남긴 말이다.

권 감독의 말대로 V리그의 모든 이들이 오심에 울었다. 지난 19일 한국전력전 중대 오심으로 승점과 선수단 사기 등 직접 피해를 본 KB손해보험은 물론, 심판진도 눈물을 삼켰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 주심을 봤던 진병운 주심과 이광훈 부심에 무기한 출장 정지,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에겐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여기에 신춘삼 운영위원장, 주동욱 심판위원장은 관리 책임으로 경고를 받았다. "모두가 피해자"라는 권 감독의 말은 이 모든 아픔을 담은 '비극의 증언'인 셈이다.

V리그를 세차게 뒤흔든 오심의 광풍. 사실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일이다. 심판의 양질을 책임지는 교육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배구인은 "갈 수록 실력 좋은 심판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육성 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실제로 V리그는 가파른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며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심판진의 자질 향상은 더디기만 하다. KOVO도 나름 노력은 했다. 지난 시즌부터 육성심판제를 도입, 대한배구협회 공인 A~C급 지도자 자격 소지자 중 24~58세를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해왔다. KOVO는 이 신청자들 중에서 서류,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추려 미래의 판관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매 시즌 종료 후엔 심판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부족함을 채우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열악한 처우로 지원자의 수가 많지 않았던 게 첫 번째, 그리고 이론 교육에 그치는 커리큘럼이 두 번째 문제였다. 지금까지 심판 육성 체계는 V리그 심판진의 양과 질적 측면을 모두 놓치고 있었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 KOVO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우선 심판 처우 개선을 통해 지원자 확대를 노린다. 기존 2~3%에 그쳤던 연봉 인상률을 최대 10%로 늘릴 계획이다. 유능한 심판 재목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선택이다.

이론 중심의 교육도 실전과 직무별 집중 프로그램으로 바뀐다. 올해까지 KOVO 심판 아카데미는 6일 과정이었지만, 내년부턴 총 10일 코스로 연장된다. 여기에 주부심을 나눠 별도의 전문화 교육을 시키고, 다양한 직무별 과제를 통해 전문성 강화까지 노린다. 또, 이론, 실기 외에 심판으로서의 기본 소양과 매너도 함양시킬 계획이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심판 권위의식'에 대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KOVO 관계자는 "팬들에게 큰 실망을 준 오심 사태를 두고 KOVO도 고심했다. 그간 진행돼온 심판 선발, 교육, 육성 과정들이 허술했다는 반성을 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당장 불어올 변화의 바람도 있다. KOVO 관계자는 "구단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게 포지션 폴트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올 시즌 4라운드 중반부터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선 올 시즌엔 인천과 서울 경기에 시험 도입을 하고 다음 시즌 전 경기 도입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전산화 시스템 시범 운영에만 2500만원이 든다. KOVO는 다음 시즌 전면 도입을 위해 예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KOVO. 하지만 중요한 건 실제 효과다. 이러한 시도가 꽃을 피우기 위해선 지속적인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KOVO 관계자는 "단발성에 그쳐선 안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끊임없이 보완해 나아가야 한다"며 "체계적인 심판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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