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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여 전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때와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2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 탄식은 없었다. 화기애애함이 감돌았다. 3라운드까지 한 명을 제외하고 20명의 선수가 뽑힌 건 자원 풍년을 입증하는 모습이었다. 취업률도 높았다. 지난 시즌 취업률 56.8%(37명 중 21명)보다 높은 59.5%(42명 중 25명)를 기록했다. "선수를 더 지명하고 싶어도 정원(18명)이 꽉 차 뽑을 수 없었다"던 팀 관계자들의 푸념에서도 2013~2014시즌 드래프트 이후 역대급 자원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팀들과 달리 확실한 콘셉트를 잡아 드래프트에 참여한 팀이 있었다. 현대캐피탈이었다. 큰 그림을 그렸다. 문성민 신영석 박주형 송준호 김재휘 최민호 이시우 등 주전급 선수들이 4~5년을 버텨줄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그 이후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들을 '픽'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기존 선수들이 향후 4~5년간 제 몫을 해준다고 보고 그 이후를 준비하는 선수들을 뽑았다. 구단에서 준비가 필요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해해줘서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좋은 자원들이 빨리 드래프트에 참가한 것도 최 감독에게는 행운이었다. 1라운드에서 한양대 4학년 센터 홍민기를 택한 현대캐피탈은 2라운드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지명권을 적극 활용했다. 그래서 뽑힌 선수들이 드래프트 참가자 중 최장신인 명지대 센터 박준혁(20·2m5)과 최연소(1999년 9월)인 성남송림고 레프트 김지한이었다. 박준혁은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의 15년간 미래를 책임질 스타로 떠올랐던 박지수의 오빠다. 농구선수에서 배구선수로 전향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성장이 필요한 선수지만 최 감독의 눈은 달랐다. 최 감독은 "박준혁은 내년 시즌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일 선수다. 경기에 투입돼 뛰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1998년생 허수봉과 함께 향후 현대캐피탈의 주축이 될 선수가 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