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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연경(29·상하이)의 한 마디가 배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뛰는 선수만 뛴다. 이재영은 아시아선수권 엔트리에 포함됐어야 했다." 한국 여자배구 발전을 위한 '배구여제'의 소신발언. 본의 아니게 김연경의 뒤를 이을 차세대 레프트 이재영(21·흥국생명)의 실명이 부정적으로 거론됐다. 이재영은 순식간에 배구팬들이 던진 맹비난의 화염에 휩싸였다. 김연경은 사과문을 통해 이재영에게 미안함을 드러내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팬들의 오해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재영, 배구 그만둘 생각도 했다
이재영의 얘기가 나오자 박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주위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차올랐다. 박 감독은 작심한 듯 참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사실...재영이가...배구를 그만두려 했었어요." 의아했다. 이재영은 프로 데뷔 3년 만에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2014~2015시즌에는 신인왕을 수상했고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왜 배구를 그만두고 싶어했을까. 박 감독은 "재영이는 그 동안 고등학교 때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한 마디로 지쳤다. 그러면서 버티고 버텼던 무릎과 발뒤꿈치 부상이 찾아오자 심리적으로 한 순간에 (마음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딸보다 어린 이재영을 보면서 박 감독의 억장이 무너졌다. 지난 세 시즌간 겉으로는 아무 내색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이재영의 밝은 이면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부모님과 내가 재영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난 뒤 재영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 더 부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재활과 볼 운동도 늦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재영이의 승부욕은 내가봐도 대단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대표팀에서 얼마나 뛰고 싶겠냐. 태국 올스타전도 뛰지 못해 정말 속상해하는 모습을 봤다"며 "재영이가 지난달에도 휴가를 반납하고 재활훈련을 했다. 대표팀에 뽑히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박 감독의 부끄러움과 빅 피처
용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