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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②차상현 GS칼텍스 감독 "감독인생 걸고 스피드배구 성공시킨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7-12 20:20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피드배구'에 지도자 인생까지 걸었다. 그만큼 변화가 절실했다.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승부수였다. 변화의 적기이기도 했다. 선수 구성 면에서 욕심을 내볼 만 했다. 12일 서울 용인시에 위치한 강남대 숙소에서 만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43).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함이 넘쳤다.

차 감독은 "이젠 여자배구도 스피드배구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예전부터 지도자를 하면서 스피드배구를 구현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지난 시즌 중간에 합류한 뒤 시도하려고 했지만 스피드배구는 단순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선수들간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참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들 의아해 했겠지만 외국인 선수(듀크)를 발 빠른 선수로 뽑은 것도 스피드배구를 위한 포석이었다. 특히 GS칼텍스에는 강소휘 등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도전이다. 실패할 경우 감독 커리어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차 감독은 단호했다.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차 감독은 "성공과 실패 여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바뀌어야 한다는 건 맞다. 무엇보다 세계 여자배구 흐름도 많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감독 경력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나는 우리 멤버이기 때문에 스피드 배구를 택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발이 빠르다고 느끼지 못했다면 도전조차 못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서 충분한 잠재력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빠르게 가져가지 않으면 상대를 이기긴 힘들다. 높이와 한 방 능력이 떨어진다. 승부수는 스피드다. 막무가내로 누구를 따라하듯이 빨리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V리그 남자부에선 스피드배구가 대세다. 특히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구현해낸 스피드배구는 팀 내 변화 뿐만 아니라 V리그 트렌드 자체를 바꿔놓았다.

'차상현표 스피드배구'의 첫 번째 성공조건은 안정된 서브 리시브다. 때문에 변화의 소용돌이에 레프트 한송이의 트레이드가 포함됐다. 차 감독은 "송이를 다시 레프트로 복귀시킬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주전멤버로 뛰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때 마침 KGC인삼공사에서 연락이 왔고 우리는 센터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는 서운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이기 때문에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었는데 내가 칼을 빼든 것 같아 미안하다"며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모든 도전에는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스피드배구에 반드시 필요했던 자원인 레프트 이소영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차 감독은 "소영이가 대표팀 간다고 주방 이모님에게 부탁해 반찬 등 여러가지를 챙겨줬는데 소집된 지 하루만에 다쳐서 돌아오더라"며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재활만 6개월이 걸린다. 비 시즌 기간 스피드배구를 재미있어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소휘 역시 위 용종을 떼내기 위해 지난달 복강경 수술로 정상훈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즌 돌입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데려온 센터 문명화도 왼쪽 정강이 피로골절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차 감독은 "소영이가 전력에서 이탈하긴 했지만 김진희와 표승주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운동할 땐 운동, 놀 땐 놀자'는 철학이 확실하다. 그래서 훈련장에선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지도한다. 차 감독은 "다른 건 몰라도 훈련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엄하게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해야만 경기력이 나온다. 선수들간에도 신뢰가 쌓인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훈련이 끝나면 '옆집 아저씨 모드'로 변신한다. 차 감독은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하려고 한다. 훈련 연장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차 감독의 사무실 문은 24시간 열려있다.


문명화, 차상현 감독. 강소휘.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GS칼텍스는 올 시즌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팀이 됐다. 스물 일곱의 리베로 나현정이 최고참이다. 차 감독은 "분위기가 많이 젊어졌다. 베테랑이 없는 것도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스피드배구가 강해진다고 느낀다면 향후 몇 년간은 GS칼텍스가 강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올 시즌이 중요하다. 패하더라도 색깔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스피드배구가 안되더라도 포기할 생각도, 시즌 중간 바꿀 생각도 없다. 그 정도 각오는 돼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비스타 출신인 차 감독은 지도자 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사령탑을 맡았다. 차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감독을 하면 기대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지도만큼은 스타 출신 감독들에게 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코치로 많은 감독님들을 모시면서 그분들의 장점을 지켜봤다. 지도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며 힘주어 얘기했다.

'차상현표 스피드배구', V리그 여자부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올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용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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