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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강스파이크]편협한 사고로 지켜온 악법이 판을 망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4-12 18:15



프로배구에는 '임의탈퇴'라는 규정이 있다. 제53조를 살펴보면 '임의탈퇴 선수는 선수가 계약 및 제반 규정을 위반 또는 이행하지 않아 계약의 유지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경우 구단이 복귀조건부로 임의탈퇴 선수로 지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의탈퇴는 주로 족쇄로 표현된다. 괘씸죄에 걸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선수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정된다. 남자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여자 선수들이 많다. 특히 비주전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불확실한 미래, 감독과의 불화, 연봉 협상 실패가 주된 이유다.

임의탈퇴 신분이 된 선수들은 마냥 쉴 수는 없다. 하지만 뛸 곳이 마땅치 않다. 이들에게 작은 울타리가 되고 있는 곳은 실업리그다. 이 부활의 장에서 기량이 향상돼 다시 한번 프로 팀의 부름을 받는 선수도 간혹 있다. 이 경우 대개는 원 소속팀이 아닌 타 팀의 러브콜이다. 하지만 선뜻 갈 수 없다. 임의탈퇴라는 족쇄가 있기 때문이다. 쓸 상황이 아님에도 원 소속팀은 임의탈퇴를 선뜻 풀어주지 않는다. 정원(14~18명)이 다 차 있거나 활용하기에 애매하지만 혹여 둥지를 옮긴 팀에서 펄펄 날아 날카로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야말로 먹을 생각은 없지만 남 주기는 아까운 '계륵' 취급인 셈이다.

구단 이기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선수 인권'을 존중하는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FIFA 시스템 하에 글로벌 스탠다드가 가장 잘 적용되는 축구의 경우 사회적으로 부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임의탈퇴는 없다.

2005년 태동한 프로배구는 동계스포츠 중 확실한 인기 종목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인기에 비해 시장이 너무 작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젠 선수 정원을 늘려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단 몸집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뛸 선수가 부족하다는 현실의 벽이 있다. 이는 남자부보다는 여자부가 심각하다. 자유계약 선수(FA) 영입과 트레이드로 이동하는 선수들을 살펴보면 매 시즌 늘 보던 얼굴, 즉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선수 풀(pool) 확장 차원에서라도 팬들의 뇌리에서 살짝 잊혀졌던 임의탈퇴 선수들의 원활한 복귀가 바람직하다.

사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연맹 사무국에 임의탈퇴 규정 변경 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임의탈퇴 선수가 3년 또는 4년이 지난 후에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내용이었다. 올해 1월 실무위원회에서도 다시 논의됐다. 그러나 규정 변경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났다. 규정 변경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 프로배구는 발전이냐, 퇴보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상생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편협한 사고로 지켜온 오랜 악법은 판을 망친다. 공멸의 지름길이다. 한국 스포츠에만 존재하는 임의탈퇴라는 규정. 개선을 위해 KOVO와 각 구단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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