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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2005년 V리그 태동과 함께 닻을 올린 대한항공은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만년 우승 후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도 떼는 순간이었다. 대한항공은 김학민(34) 한선수(32) 등 국가대표급 선수를 다수 보유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5라운드 초반까지 선두를 질주했으나 뒷심부족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자 선택은 직진 뿐이었다. 박 감독의 결심은 단단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제의를 받고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내 배구 인생의 마지막 퍼즐을 채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국내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며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간절함은 통했다. 60대 청춘 박 감독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냈다. 코칭스태프 회의부터 비디오 분석까지 24시간을 배구로만 꽉 채웠다.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에 3인 서브리시브체제를 도입했다. 외국인 선수 전담 통역을 없애 더욱 끈끈한 팀워크 만들기에 돌입했다. 부족한 점은 외부에서 채웠다. '대어급' FA 곽승석(29)을 영입했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검증된' 가스파리니(33·슬로베니아)를 잡으며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
항해를 시작하자 순풍에 돛 단 배였다. 대한항공은 시즌 내내 기복 없는 플레이로 선두권을 줄곧 유지했다. 34경기까지 승점 70점을 쌓으며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 마음고생이 있었다. 현대캐피탈,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잇달아 패하며 우승 확정을 미뤄왔다. 그 사이 2위 현대캐피탈(승점 65점)은 격차를 줄이며 대한항공을 맹추격했다.
초조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박 감독은 홈팬들을 이야기했다. 삼성화재와의 경기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리 손으로 홈에서 우승하는 게 멋있을 것 같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감독의 의지에 선수들이 화답했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를 필두로 신영수(35) 정지석(22) 등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자력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로 박 감독은 그토록 간절했던 우승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끝이 아니다. 챔피언결정전 승리를 통한 통합 우승이 남았다. 대한항공은 2010~2011시즌부터 3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삼성화재의 벽에 부딪쳐 고개를 숙인 아픈 과거가 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박기원 감독이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첫번째 목표 달성과 동시에 두번째 도전이 막 시작됐다.
인천=김가을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7일)
여자부
흥국생명(20승9패) 3-0 KGC인삼공사(14승15패)
남자부
대한항공(25승10패) 3-2 삼성화재(17승18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