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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닦던 게 엊그제 같은데…"
물끄러미 트로피를 바라보던 안현범은 "3년 전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모텔에서 접시를 닦았다. 그때가 엊그제 같다"며 천천히 입을 뗐다. 그는 "당시에는 3년 뒤가 아니고, '당장 내년에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맛있는 밥보다 더 좋은 상을 받아서 좋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현범은 시련을 뚫고 딛고 일어선 꽃이다. 지난해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안현범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로 이적했다.
그는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안현범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8골-4도움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덕분에 제주는 리그 3위(승점 59점·17승8무13패)에 오르며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품에 안았다.
2016년 한 해 희망을 쏜 안현범은 김동준(성남) 송시우(인천)을 밀어내고 78.8%의 압도적 지지 속에 영플레이어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던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열심히 사는 '흙수저'를 향해 밝은 빛을 전했다.
떨리는 목소리에 담긴 '영플레이어' 안현범의 진심. 이는 오늘의 안현범이 내일의 안현범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시련 속에서 핀 안현범은 더 발전할 내일을 향해 다시 한 번 축구화 끈을 단단히 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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