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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했다.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실제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의견도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였다.
'진정한 건강 미(美)와 꿈(Dream)을 찾는 여학생'이 모토다. 대한체육회와 함께 하는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뛴다.
체조요정 손연재, 리우올림픽 2관왕 양궁 장혜진, '우리 언니' 김연경의 대한민국 여중생들을 향한 응원전으로 막을 올렸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즐거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수업시간, 화성 솔빛중학교 여학생들이 IBK기업은행 배구선수들을 찾아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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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봤던 김희진(25·IBK기업은행)의 인삿말에 체육관이 들썩였다. '프로 언니'를 만난 '아마추어 동생'들의 입은 닫힐 줄 몰랐다.
가을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10월의 특별한 체육시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 훈련장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화성 솔빛중학교 '미드림 프로그램' 참여 여학생들이었다.
출발 전부터 '설렘 한가득'. 학교 운동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여중생들은 쉼 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정말 배구단 '언니들'을 만날 수 있어요?" 기대 반, 의심 반. '귀한 손님'을 모실 IBK기업은행 배구단 버스가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그제서야 "와~"하며 믿는 듯한 표정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훈련장. '언니'들이 기다리는 3층 체육관으로 올라갔다. 들뜬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끼~익". 체육관 문을 열었다. "와~.". "저기 있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TV 혹은 경기장에서만 보던 그 '언니들'이다.
어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막상 '언니'들과 마주했건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하필 지금, 사춘기 소녀의 부끄러움이 고개를 '바짝' 든다. '동생들'의 쑥스러움을 '언니'들이 눈치챘다. "어서 와~"라며 반갑게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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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김사니(35)를 필두로 2016년 리우올림픽 주역 김희진 남지연(33) 박정아(23) 등 '언니'들과의 '특별한 수업'이 시작됐다. '언니'들은 '동생'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아낌없는 박수와 칭찬으로 거리감 좁히기에 나섰다.
칭찬은 아이들을 춤추게 했다. 평소 달리기라면 손을 내젓던 아이들이 '언니'들의 박수를 받으며 있는 힘껏 달린다. '하하호호' 웃음 속에서 몸풀기를 마치고는 본격적으로 돌입한 '배구 맛들이기'.
가장 먼저 코트에 들어선 선생님은 '에이스' 김희진이다. 아이들은 "김희진!"을 연호하며 격하게 환영했다. 동생들의 박수를 받은 김희진은 배구 코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뒤 서브와 블로킹 시범을 보였다. 길쭉한 팔다리를 이용해 상대 코트에 강스파이크를 꽂아 넣는다. 아이들의 두 눈에는 어느새 '나도 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인다.
직접 공을 들었다. 1대1 체험학습, 마주선 '프로 언니'의 설명을 들으며 '아마추어 동생'은 서브리시브, 토스 등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맞춤형 눈높이 수업이다.
해보니 재미난다. "한 번 더 해도 돼요?" 열의가 점점 불타오른다. "좀 살살해. 멍들면 어떻게 해." 놀란 '언니'들이 말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배구의 매력에 푹 빠진 아이들은 헤어날 줄 몰랐다.
박정아와 함께 한 (한)희원이와 (도)현우는 "체육은 잘 못해요. 운동 능력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라면서도 "배구는 처음 해보는데 엄청 재미있네요"라며 웃는다. 옆에서 '동생'들을 지켜보던 박정아는 "아이들이 참 귀여워요"라며 "공부만 하면 안 돼요. 틈틈이 운동도 해야지. 스트레스도 풀리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겁니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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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팀은 잠시 휴식, 그 사이에도 '열혈 선생님' 김희진의 수업은 계속된다. '열혈 선생님'의 지도에 제자들은 배구에 조금씩 눈을 떠 간다. '수제자(?)' (박)지은이는 "토스의 기본은 물론이고 언더 토스와 스파이크까지 배웠어요"라며 자랑스러워한다. 김희진은 "사실 전문적으로 배구를 하는 친구들이 아니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켜보니 생갭다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라며 "'미드림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배구를 조금 더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일본은 배구가 생활화돼 있어요. 많이 부러워요. 배구가 어려운 운동이 아니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란다.
웃음으로 가득했던 한 시간여의 배구 교실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함께 땀 흘리며 추억을 쌓은 '언니'들과 '동생'들은 이별의 시간을 아쉬워했다. '동생'들은 '언니'들에게 감사와 함께 새 시즌 우승 기원 박수를 보냈다. '언니'들은 '동생'들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파이팅!"을 외쳤다.
흐믓한 미소로 아이들을 지켜본 이정철 감독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놓쳐서는 안 된다. 틈틈이 운동도 하고, 우리 IBK기업은행 배구단도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드림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솔빛중 송태헌 교감선생님도 "스포츠 선수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회가 거듭될수록 열기를 더 해가는 미드림 수업시간. 다음에는 어떤 수업이 기다리고 있을까.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