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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황선홍에 대한 AS로마의 '특급대우' 이유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4-19 19:16


◇황선홍 전 포항 감독이 18일(한국시각) 이탈리아 트리고리아의 AS로마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트리고리아(이탈리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18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 남서부 트리고리아. 좁디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의 끝에 다다르자 붉은색과 금색으로 장식된 'AS로마'라는 간판이 선명했다.

"눈치 보여서 어쩌죠." 클럽하우스 입구로 들어서는 황선홍 전 포항 감독의 얼굴은 긴장감이 잔뜩 흘렀다. 사실 로마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무패행진 중이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12일 볼로냐전(1대1 무)에 이어 17일 아탈란타 원정(3대3 무)까지 2경기 연속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비겼다. 선두 유벤투스(승점 79)에 밀려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로마(승점 65·3위)는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잡기 위해선 2위 나폴리(승점 70)를 제쳐야 한다. 5경기 밖에 남지 않은 리그 일정을 감안하면 1승이 아쉬운 처지다. 이 와중에 두 경기 연속 다 잡은 승부를 놓쳤으니 분위기가 좋을 리 만무했다. '손님'인 황 감독 입장에선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황 감독의 현지 연수를 돕고 있는 김진우 이반스포츠 팀장은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아탈란타전을 마친 뒤 라커룸에서 대로했다고 한다. 오늘 훈련도 스팔레티 감독 탓에 당초 예정보다 빨리 진행하는 것이다.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니 구단 관계자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귀뜸했다.

우려는 기우였다. 로마 강화팀 관계자는 1시간 30분 간의 훈련 시간 내내 황 감독을 수행하는 '특급대우'를 펼쳤다. 구단 관계자 외에 출입이 불가능한 '비공개 훈련'이었지만 황 감독에게는 훈련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를 내줬다. 김 팀장은 "로마 관계자들은 감독님이 현역시절 월드컵에 4차례 나섰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더라. 아마 연수 신청을 한 뒤 프로필을 찾아본 것 같다"며 "현지 도착 전까지 다소 뻣뻣한 모습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융숭하게 대접을 해줘 적잖이 놀랐다. 아시아권 지도자라는 선입견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감독님의 경력을 인정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웃었다.

훈련 시간 내내 황 감독의 눈과 손은 쉴 틈이 없었다. K리그 사령탑 시절 애용했던 펜과 수첩이 빠지지 않았다. 때때로 테블릿북을 통해 메모를 하는 등 시종일관 훈련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 감독은 "사실 훈련이야 한국이나 유럽이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이들의 훈련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경기를 준비하고 실제 그라운드에서 풀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되도록 많이 보고 들으려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서 독일에서 한 달 간 머물던 시절과 현재 이탈리아에서 보는 축구는 또 다르더라"며 "속이 쓰린 상황임에도 클럽에서 신경을 써주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훈련이 끝날 무렵 로마 구단 관계자가 구단명이 적힌 봉투를 건넸다. 21일과 25일 홈구장 올림피코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토리노, 나폴리와의 세리에A 2연전 입장권에는 각각 'Hwang Sun-hong'이라는 황 감독의 영문명과 'VIP' 표시가 선명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계지만 황 감독에 대한 예우 만큼은 특급 그 이상이었다.


트리고리아(이탈리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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