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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이하 한국시각)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버스가 '아시아 최강' 이란과 혈투를 펼칠 테헤란의 아자디체육관에 도착했다. 비장함을 안고 경기장으로 향하던 그 때, 호주와 일본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빠져나오고 있었다. 명암이 엇갈린 표정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V리그에서 활약했던 호주의 주장 에드가에게 결과를 물었다. 에드가는 엄지 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우리가 이겼다"며 웃었다. 문용관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일본이 호주를 이겨줬더라면, 이날 한국이 이란에 패해도 2위로 8강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었다. 높은 높이를 보유한 호주를 피하고 싶었던 것이 문 감독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그러나 호주가 승리하면서 한국이 호주를 피하기 위해선 이란을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7년 만에 이란을 뛰어넘은 원동력 중 하나는 문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문 감독은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 신경을 썼다. 문 감독은 "이란의 서브가 좋기 때문에 서브 리시브를 안정적으로 가져간 뒤 양쪽 측면 공격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초반 세터 권영민의 토스워크가 다소 빨라 공격이 막히고 리시브도 흔들렸다. 그래서 수비를 강화해서 세트 플레이의 점유율을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 "4세트에는 수비 안정을 위해 리시브라인에 4명의 리시버를 배치시켰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괴롭혔던 것이 상대 범실을 유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한 정신력도 이란전 쾌승 요인이었다. '코트의 마법사' 권영민(KB국민은행)의 역할이 컸다. 현란한 토스워크 뿐만 아니라 항상 후배들을 독려하며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들었다. 신영석은 블로킹 타이밍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던 지태환을 계속해서 격려했다. 리베로 정민수(우리카드) 역시 강력한 정신력을 발휘하며 환상적인 수비로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이란전은 코칭스태프-의무진-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이제부터가 진검승부다. 8강에서 일본을 꺾지 못하면 5~8위전으로 한 번에 밀려버린다. 중국이 태국을 제압하고 4강에 진출, 3위만 차지해도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에서 한국을 앞지를 수 있다. 한국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세계예선행 티켓이 날아가버리게 된다. 일본전이 그야말로 한국 남자배구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다.
테헤란(이란)=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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