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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전력 센터 하경민 '마르팡 증후군' 수술, 현역 은퇴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6-30 16:51


속공을 시도하고 있는 하경민(왼쪽에서 두 번째).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장신(2m1) 센터 하경민(33)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한국전력은 2015~2016시즌 V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인 30일 하경민을 은퇴 선수로 분류, 통보했다.

하경민이 유니폼을 벗게 된 사연이 안타깝다. 2014~2015시즌이 끝난 뒤 하경민은 '마르팡 증후군(뼈, 근육, 심장, 심혈 등의 이상 발육을 유발하는 선천성 발육 이상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질환에 걸린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거나 몸이 유연하며, 팔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갈 정도로 길다. 다른 사람에 비해 운동을 잘하는 특징이 있는데 몸이 건강한 상태라 하더라도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대동맥이나 대동맥류로 혈관벽이 늘어나 약해진 상태에서 점프를 하거나 기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대동맥이 파열돼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장신 농구선수 출신 한기범이 앓았던 질환이기도 하다.

하경민은 지난 4월 수술을 택했다. 이후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하경민에게 "격렬한 운동을 하면 좋지 않다"고 얘기했다. 하경민에게도,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신 감독은 장고를 거듭했다. 하경민은 팀 내 주전 센터 자원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블로킹 8위(세트당 평균 0.559개)와 속공 9위(54.78%)에 오를 정도로 한국전력의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능케 한 V리그 수준급 센터였다. 그러나 신 감독은 선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하경민에게 휴식을 권했다. 하경민도 신 감독과의 면담 끝에 한국전력 유니폼을 벗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사실 하경민은 뛰고 싶었다. 그래서 은퇴 공시가 된 뒤 자신의 신분에 대해 한국배구연맹에 문의도 했었다. 자신을 원하던 복수의 팀도 있었다. 그러나 하경민의 수술 경력을 알게 된 팀들은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결국 하경민은 11년간 정든 코트를 떠나게 됐다.

명지대 출신인 하경민은 프로배구가 태동한 2005년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프로가 됐다. 당시 윤봉우 이선규와 함께 국가대표 센터진을 구성했다. 특히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의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견인했다. 파워는 부족하지만, 팔이 길고 블로킹 타이밍이 좋아 현대캐피탈 장신군단의 명맥을 이어갈 센터로 평가받았다. 2009~2010시즌에는 블로킹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2010시즌을 앞두고 한 차례 아픔을 겪었다. 신인 드래프트 거부 파동을 일으킨 문성민에 대한 지명권 트레이드에 포함돼 한국전력의 전신인 KEPCO로 둥지를 옮겼다. 현대캐피탈 프랜차이즈 스타의 꿈이 날아가 버렸다.

하위권을 맴돌던 한국전력을 홀로 이끌던 하경민은 2012~2013시즌 대한항공으로 1년간 임대돼 뛰었다. 이후 한국전력으로 복귀한 하경민은 신 감독이 믿고 쓰는 '믿을맨'이었다. 지난 시즌 부활 찬가를 울렸다.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한국전력이 사상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V리그 남자 블로킹 500개 기준기록상도 수상했다.


아직 하경민의 배구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로 코트를 누빌 수 없다는 것 뿐이지 심판과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하경민의 시계는 다시 흐르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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