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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삼성화재가 V리그 2014-2015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은 그 어느때보다 값지다. 이유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전력 보강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핵심 전력이 빠져나갔다. '토종 거포'인 박철우가 시즌 초반 군에 입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8할은 신치용 감독(60)의 몫이었다.
"패하기 밖에 더 하겠어"
신 감독도 "외국인 선수와 세터, 그리고 감독 셋 사이에 신뢰를 쌓은 것이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우승 비결을 공개했다. 이어 그는 "나는 전술의 함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발 라인업도 잘 바꾸지 않는다. 결국 코트 안에서는 세터와 외국인 선수가 경기를 이끈다"며 "(세터)유광우와 (외국인 선수)레오, 나 셋의 신뢰는 매우 깊다. 세터가 감독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외국인 선수가 세터나 감독을 믿지 못하면 팀이 무너진다. 삼성화재가 이 부분은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 없으면 잇몸"
올 시즌 신 감독은 새로운 용병술을 선보였다. 배구에선 거의 불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를 만들어냈다. 선수가 없어 만들어낸 고육지책이었지만 오히려 '신의 한수'로 평가받게 됐다. 바로 '더블 세터'와 '더블 리베로'다.
시즌 도중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가 빠져나갔다. 대체 자원인 김명진은 허리부상으로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왼손 장신 세터인 황동일을 라이트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황동일이 공격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황동일이 투입되면 코트엔 유광우와 함께 두명의 세터가 존재한다. 상대 공격을 디그로 막아 공이 떠오르면 두 명의 세터가 안정적인 토스로 '에이스' 레오에게 전달했다.
더블 리베로 시스템도 효과를 봤다. 시즌에 앞서 한국전력에서 리베로 곽동혁을 데려왔다. 대신 신인 드래프트권을 내줬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함께 했던 리베로 이강주가 있었지만 곽동혁에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혔다. 신 감독은 이강주의 리시브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이강주를 긴장시킬 경쟁자도 없었다. 곽동혁을 데려와 이강주와 경쟁을 붙였다. 둘은 고교 동창이라 묘한 경쟁을 펼쳤다. 수비가 더 좋은 곽동혁이 주전 리베로로 자리 잡았다. 이강주는 백업 리베로 역할을 맡았다. 최근엔 레프트로 기용한다. 두명의 리베로를 이용해 수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신 감독은 "선수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선수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따라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