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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배구' 실패한 현대캐피탈, 무엇이 문제였나?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5-03-03 09:10 | 최종수정 2015-03-03 09:12


현대캐피탈이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배구에 실패했다. 2일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2일 한국전력과의 원정경기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면서 '봄배구'의 희망은 완전히 날아갔다. 김호철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김 감독은 "올해는 마가 끼었는지"라며 말문을 연 뒤 "막판에 결정을 못 내며 내준 경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불안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즌 초반 아가메즈의 부상으로 어렵다가 케빈으로 외국인 선수를 바꾸며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한전과의 트레이드 파동으로 이 같은 좋은 리듬이 확 꺾였던 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대캐피탈에게 2014-2015시즌은 '재앙'이었다. 무조건 피해가야 한다는 '삼재'가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 아가메즈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라이벌' 삼성화재에게 패하면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올 시즌을 대비해 '세계 3대 공격수'라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를 다시 붙잡았다.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토종 거포' 문성민도 출격을 준비했다. 여기에 '월드리베로' 여오현과 권영민, 최태웅 등 '국대 세터'를 두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베스트 6'만 놓고 보면 최강이었다.

그러나 재앙의 시작은 시즌 초반 벌어졌다. 지난해 8월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중국 전지훈련을 떠났다. 당시 아가메즈도 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중국 현지에서 김 감독은 아가메즈를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대외적인 이유는 아가메즈의 식사 문제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아가메즈가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 볼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아가메즈는 개막전부터 투입됐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곧바로 부상이 찾아왔다. 아가메즈의 들쑥날쑥한 경기력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잡아야할 경기를 많이 놓쳤다. 더 이상 아가메즈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대체 용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액 연봉의 아가메즈를 단칼에 짤라내기엔 프런트의 부담감이 너무 컸다. 시간을 끌면서 팀 분위기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신의 악수, 트레이드 파문

다행히도 올스타 휴식기 직전에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인 케빈을 어렵게 데려올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우려와 달리 케빈은 빠른 시간에 팀에 녹아들었다. 케빈 효과로 팀은 연승을 탔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터진 '트레이드 파동'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12월29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은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세터 권영민과 레프트 박주형을 보내고, 한국전력 레프트 서재덕을 데려오는 시나리오였다. 완전 트레이가 아닌 한 시즌만 바꾸는 임대형식이었다. 그런데 기존 구단들이 반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약과 규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사전 트레이드 요청에 OK를 했던 KOVO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결국 법률 자문 끝에 이 트레이드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충격파는 엄청났다. 선수들은 이틀만에 다시 원소속 구단으로 돌아왔다. 특히 주장을 맡고 있던 권영민은 트레이드 충격으로 한참동안 힘들어했다. 다른 선수들도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신의 한수'가 아닌 팀워크가 무너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팀을 믿지 못하는 마음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2년 전 '명가 재건'이라는 미션을 갖고 배구단으로 돌아왔던 안남수 단장도 이 트레이드 파문으로 옷을 벗었다.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는 김 감독은 당장 큰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아니다. 선수단 모두가 '현대 패밀리'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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