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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현대캐피탈에게 2014-2015시즌은 '재앙'이었다. 무조건 피해가야 한다는 '삼재'가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 아가메즈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라이벌' 삼성화재에게 패하면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올 시즌을 대비해 '세계 3대 공격수'라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를 다시 붙잡았다.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토종 거포' 문성민도 출격을 준비했다. 여기에 '월드리베로' 여오현과 권영민, 최태웅 등 '국대 세터'를 두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베스트 6'만 놓고 보면 최강이었다.
신의 악수, 트레이드 파문
다행히도 올스타 휴식기 직전에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인 케빈을 어렵게 데려올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우려와 달리 케빈은 빠른 시간에 팀에 녹아들었다. 케빈 효과로 팀은 연승을 탔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터진 '트레이드 파동'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12월29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은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세터 권영민과 레프트 박주형을 보내고, 한국전력 레프트 서재덕을 데려오는 시나리오였다. 완전 트레이가 아닌 한 시즌만 바꾸는 임대형식이었다. 그런데 기존 구단들이 반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약과 규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사전 트레이드 요청에 OK를 했던 KOVO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결국 법률 자문 끝에 이 트레이드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충격파는 엄청났다. 선수들은 이틀만에 다시 원소속 구단으로 돌아왔다. 특히 주장을 맡고 있던 권영민은 트레이드 충격으로 한참동안 힘들어했다. 다른 선수들도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신의 한수'가 아닌 팀워크가 무너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팀을 믿지 못하는 마음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2년 전 '명가 재건'이라는 미션을 갖고 배구단으로 돌아왔던 안남수 단장도 이 트레이드 파문으로 옷을 벗었다.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는 김 감독은 당장 큰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아니다. 선수단 모두가 '현대 패밀리'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