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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 아제르바이잔행 숨은 뒷이야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5-19 15:38 | 최종수정 2013-05-20 08:09


김사니.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국 여자배구의 명품 세터' 김사니(32)의 유쾌한 도전이 시작된다.

김사니는 최근 동유럽 아제르바이잔리그의 로코모티브 바쿠 이적〈스포츠조선 5월 13일자 단독보도〉을 확정지었다. 한국에서 유럽 무대로 직행하는 선수는 김사니가 유일하다. 김사니의 로코모티브 바쿠행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김사니를 원하는 유럽 구단은 두 팀이었다. 라비타 바쿠와 로코모티브였다. 라비타 바쿠는 지난해 겨울 김사니의 임대 이적을 흥국생명에 제안했었다. 당시 김사니에다 '월드 클래스' 김연경도 원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터키 페네르바체와 계약이 1년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은 여유가 없었다. 지난시즌 줄곧 하위권에서 맴돌면서 팀 내 기둥인 김사니의 이적을 허용하기 힘들었다. 라비타 바쿠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난시즌이 끝나자마자 로코모티브가 김사니 영입에 뛰어들었다. 로코모티브는 'FA 최대어'로 꼽힌 김사니와 양효진(현대건설)의 동시 영입을 바랐다. 그러나 양효진은 잔류를 선택했다. 원소속구단인 현대건설과 재계약을 맺었다. 반면, 김사니는 흥국생명과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유럽행에 대한 의지를 높였다. 결국 김사니는 14일 로코모티브와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로코모티브에선 김사니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보다 높은 기본급과 추가 인센티브, 현지적응을 위한 전담 통역, 주거, 항공편 등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김사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주전 경쟁력이었다. 로코모티브는 김사니의 주전 기용을 담보했다. 특히 더 큰 무대에서도 뛸 수 있었다. 로코모티브는 리그 4위를 차지해 2013~2014시즌 유럽배구연맹(CEV)컵에 참가한다. 상위권 팀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리그는 아니지만, 한 단계 아래 수준인 CEV컵도 유럽 무대를 처음 밟는 김사니에겐 꿈의 무대였다.

계약기간은 '1+1'이다. 사실 로코모티브 측에선 2년 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김사니가 1년을 뛴 뒤 자신이 원했을 때 1년을 연장한다는 옵션을 내건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김사니의 최종 목표는 터키리그다. 아제르바이잔을 터키리그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 김사니의 계획이다.

김사니의 유럽 진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에서조차도 일본 선수들에게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유럽에선 대형 레프트와 라이트 공격수 영입을 선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터로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는 것은 한국 여자배구의 텃밭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유럽 여자배구 리그 수준은 터키, 아제르바이잔, 러시아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중동의 오일머니를 통해 세계 각국의 스타 선수들을 바쿠로 불러 모으고 있다. 최고의 리그라 불리던 이탈리아는 구단들의 연이은 해체와 스타급 선수들의 타국리그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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