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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마감일은 21일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결렬이었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또 다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후 김연경 측은 3가지 요구사항을 흥국생명에 전달했다. 관련단체회의와 국정감사에서 약속했던 부분을 지켜달라 임대형태를 갖추기 위한 흥국생명과의 계약서는 기존 페네르바체와의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작성돼야 한다.(이미 약속한대로 다른 어떠한 변경이나 추가 내용이 있어선 안된다) 지난해 11월 23일 협회 공문 '김연경 선수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2013~2014시즌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불허함'이란 흥국생명의 불합리한 제안으로 인해 정해진 기간 내에 계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협회는 이점을 충분히 감안해 향후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이를 보장하는 답변 조치 등의 내용이었다.
흥국생명은 18일 김연경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터키 페네르바체를 직접 방문했다. 김장희 한국배구연맹 경기지원팀 부장도 동석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의 방문은 절차가 깡그리 무시됐다. 김연경과 페네르바체에 아무런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통상 A구단의 관계자가 B구단의 관계자 또는 선수를 만날 경우 공문을 통해 방문 사실을 알린 뒤 확인 공문을 받고 방문하는 것이 관례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에게 '2년간 해외진출 뒤 국내 복귀'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흥국생명은 뜬금없이 페네르바체에 김연경의 '완적이적'을 제안했다고 한다. 흥국생명의 주장에 김장희 연맹 경기지원팀 부장도 깜짝 놀랬다는 전언이다. 흥국생명은 페네르바체에 제시한 이적료 수준은 다른 스포츠종목의 해외 진출 선수들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페네르바체는 '이적료는 연봉의 5~7%가 관례'라고 주장하며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을 제시해 사실상 대화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김연경 측은 흥국생명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에게 2년간 해외 진출 뒤 국내 복귀를 제안했지만 선수가 거부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권광영 흥국생명 단장은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다. 또 페네르바체가 갑작스런 흥국생명의 100만달러(약 10억원) 완적이적 제안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통상 배구계에서 국제이적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가 1, 2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계약기간 만료 후 자유롭게 이적하는 것이 현실이다. 페네르바체가 흥국생명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네르바체는 형식상 매매 제안을 받아들이고 김연경 연봉의 5~7%의 금액을 지불하려고 했다. 페네르바체가 김연경의 완적이적 제안을 고려한 것은 흥국생명과의 신분문제로 힘들어하는 김연경을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김연경 측은 권 단장이 페네르바체의 경고를 받았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권 단장은 김연경이 훈련 스케즐에 따라 움직이려고 하자 "협상을 먼저 마무리지어야 한다. 훈련이 지금 중요하냐, 오늘까지 협상이 마무리 안되면 페네르바체에서 경기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 폴란드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폴란드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단다. 페네르바체 측은 '프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이다. 우리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선수를 불편하
게 할 수는 없다. 폴란드로 따라올 경우 절대 선수와 접촉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는 부끄러운 일화를 전했다.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사전 통보도 없이 터키행 비행기에 오른 것부터 훈련까지 방해하려는 모습은 한국배구의 국제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꼴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흥국생명-김연경의 진실공방, 그 끝은 어디일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