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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런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 번 정도는 발목이 잡힐 줄 알았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가빈은 떠났다. 모두들 삼성화재의 추락을 예상했다. 그동안 배구계 일각에서는 삼성화재를 두고 가빈화재라고 불렀다. 팀 내에서 가빈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시즌 내내 가빈의 공격점유율은 30~40% 이상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5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가빈이 떠난 삼성화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개막후 4연승이라는 반전이었다. 가빈이 없어도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였다. 선수단의 노력이 있었다. 선수들은 그동안 칼을 갈았다. 여름 내내 훈련에 매진했다. 박철우는 18일 현대캐피탈전이 끝난 뒤 "(가빈이 없어서)우리팀이 우승후보가 아니라는 평가에 선수들 모두가 기분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박철우는 "그동안 가빈의 팀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 가빈도 삼성화재라는 좋은 팀에 있었기 때문에 빛났다. 이제는 가빈의 팀이 아닌 삼성화재라는 좋은 팀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신치용, 신의 한수
신치용 감독의 묘수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른바 '신의 한수'다. 첫번째 신의 한수는 13일 대한항공전 5세트였다. 7-10으로 뒤지고 있었다. 신 감독은 김정훈을 투입했다. 김정훈은 마틴의 백어택을 막아내며 추격의 발판이 되는 점수를 올렸다. 10-10까지 따라붙은 상황에서 다시 김정훈의 블로킹이 빛을 발했다. 11-10으로 역전한 삼성화재는 5세트를 15-12로 잡아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번째 신의 한수는 18일 현대캐피탈전이었다. 당시 삼성화재는 1세트를 내주었다. 위기였다. 2세트 22-21 박빙의 상황이었다. 석진욱 대신 고준용을 넣었다. 고준용은 미차 가스파리니의 스파이크를 2개 연속 잡아냈다. 고준용의 2점에 힘입어 삼성화재는 2세트를 따냈다. 그리고 경기도 3대1로 잡아냈다. 신 감독의 묘수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경기를 보는 눈 그리고 흐름에 맞는 용병술로 팀을 이끈다. 신 감독은 "승부처에서는 에이스나 주포에게 공이 갈 수밖에 없다. 확률상 높기때문에 그곳을 막아섰고 주효했을 뿐이다"고 신의 한수를 설명했다.
삼성화재 잡으려면
그렇다고 해서 삼성화재의 독주를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V-리그 전체 판도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누군가가 나서 삼성화재의 발목을 잡아주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13일 삼성화재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던 대한항공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당시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보다 득점도 많았다. 블로킹도 14대6으로 앞섰다. 서브에이스에서는 9대3으로 압도했다. 그럼에도 패배했다.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은 것은 범실이었다. 특히 승부처의 범실이 결정적이었다. 승부가 결정된 5세트에서 삼성화재는 1개의 범실 밖에 없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2개로 1개가 더 많았다.
결국 답은 하나다. 기본부터 확실히 해야 삼성화재를 넘을 수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