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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의 '다재다능' 뒤에는 신영철 있었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3-01 17:29


환호하고 있는 한선수(왼쪽)와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한선수(대한항공)는 다재다능하다. 세터의 기본인 토스워크는 날카롭다. 공격수들을 향한 볼의 속도가 빠르고 코스가 매끄럽다. 세터의 토스워크 능력 가늠자인 세트 부문에서 한선수는 세트당 평균 11.776개로 유광우(삼성화재, 12.300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서브와 블로킹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서브는 세트당 평균 0.224개로 이 부문 8위에 올라있다. 세터로서는 최고다. 센터들과 장신 공격수들의 전유물인 블로킹에서도 세트당 평균 0.416개를 기록하고 있다. 수비도 탄탄하다. 세트당 평균 1.18개의 디그로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와 V-리그 판도를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한선수가 원래부터 다재다능했던 것은 아니다. 2007~2008시즌 신인 한선수는 그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세터에 불과했다. 토스의 속도가 빠르고 공격수로 향하는 코스는 좋았지만 기복이 심했다. 안정감이 없었다.

미완의 한선수를 V-리그 최고 세터로 키워낸 것은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이었다. 2008~2009시즌 중반 신 감독은 대한항공의 세터 인스트럭터로 부임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봤다. 현역시절 한국 최고의 세터였던 신 감독의 눈에 비친 한선수는 가능성과 에너지가 넘쳤다. 문제는 에너지를 분출하는 방식이었다. 자부심이 강한 한선수는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잔소리를 들으면 경기력이 떨어졌다. 신 감독은 구체적 조언보다는 큰 물줄기만 잡아주었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효과 만점이었다. 신 감독의 지도를 받은 한선수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내는 능력이 좋았다. 신 감독이 두루뭉술한 지시를 내려도 한선수는 직접 고민해 발전시켜나갔다. 기복은 줄여나갔다. 신 감독이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2009~2010시즌 이후로는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V-리그 최정상급 세터로도 발돋움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부름을 받아 맹활약을 펼쳤다.

한선수의 맹활약에 대한항공은 신바람을 타고 있다. 대한항공은 1일 대전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3대0(25-22, 25-23, 25-20)으로 승리했다. 한선수는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해 4점을 올렸다. 마틴(18점)과 김학민(14점)으로 이어지는 막강 공격라인은 물론이고 센터 진상헌(7점)과 이영택(7점)의 막강 화력도 한선수의 손끝에서 나왔다. 대한항공은 5연승을 달리며 선두 삼성화재와의 승점차를 7점으로 좁혔다.

삼성화재는 가빈이 24점을 올렸지만 센터진이 부진하며 완패했다. 삼성화재는 남은 4경기에서 승점 6만 추가해야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대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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