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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바리캉으로 현대캐피탈에 부는 '삭발 바람'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2-21 20:41


현대캐피탈 최태웅(왼쪽)과 문성민이 21일 상무신협전에서 3세트 막판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천안=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요즘 현대캐피탈에는 '삭발 바람'이 불고 있다.

주포 문성민(25)은 올시즌 개막 전부터 까까머리였다. 답답하거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할 때 자신의 바리캉(이발기계)으로 머리카락 길이를 9㎜만 남긴단다. 2008~2009시즌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뛸 때 스스로 삭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독일 현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꽃미남 외모를 버린지 오래다. 운동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문성민이다.

현대캐피탈의 또 다른 두명의 선수가 최근 삭발 대열에 합류했다. 베테랑 세터 최태웅(35)과 3년차 센터 한상길(24)이다. 최태웅은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주장이다. 편안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 팀이 어려움을 겪던 1라운드 후반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며 부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순위 싸움을 펼쳐야 할 3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은 뜻밖의 2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 11일 대한항공과 14일 삼성화재에게 나란히 패했다. 특히 삼성화재에게는 2세트를 따내고도 3세트를 내주며 역전패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자신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삭발이었다.

변화된 주장의 자세을 보고 한상길도 머리를 짧게 깎았다. 이번 시즌 한상길은 한선수(대한항공) 김요한(LIG손해보험) 등과 함께 노란색으로 물들인 머리색으로 코트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불안한 팀 내 입지가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일으켰다. 윤봉우는 매 경기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남은 한 자리를 신인 최민호와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기복이 심한 기량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문성민에게 바리캉을 빌렸다. 스스로 머리를 밀면서 마음을 다졌다.

21일 2011~2012시즌 NH농협 상무신협전에서 세 명의 삭발맨들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때였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최태웅이 올려준 토스를 한상길의 페인트 뒤 문성민이 오른쪽에서 날아올라 코트에 스파이크를 내리꽂았다. 이때부터 '삭발맨 쇼'가 펼쳐졌다. 최태웅은 정확한 토스를 문성민과 한상길에게 배달했다. 28일 드림식스전을 대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나섰지만,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며 공격을 분산시키는 능력은 탁월했다. 덩달아 한상길도 신바람을 냈다. 최태웅과 완벽에 가까운 호흡으로 속공을 성공시켰다. 속공으로만 5득점을 기록했다. 2개의 서브 범실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문성민도 펄펄 날았다. 수니아스와 좌우를 양분해 폭발적인 스파이크를 내뿜었다. 11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66.66%에 달했다. 이날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한 현대캐피탈은 8승 8패(승점 28)을 기록해 리그 4위를 유지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21일)

현대캐피탈(8승 8패) 3-0 상무신협(2승 1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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