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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여오현' 부용찬, 키가 작아 슬픈 리베로여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1-23 11:34


남자배구 LIG손해보험의 리베로 부용찬. 사진제공=LIG손해보험 배구단

남자배구 LIG손해보험의 리베로 부용찬. 사진제공=LIG손해보험 배구단

키 1m73. 중학교(벌교중) 3학년 이후 성장을 멈췄다. 초등학교(서귀포 토월중)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후 포지션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공격 포지션인 라이트, 레프트까지 봤다. 그런데 고등학교(벌교제일고) 진학을 앞두고 더이상 공격수를 하기 어렵게 됐다. 더 배구를 하고 싶다면 리베로 밖에 자리가 없었다. 더이상 자라지 않는 키가 부용찬(22·LIG손해보험)의 발목을 잡았다. 부용찬은 배구를 포기하고 싶은 정도로 괴로웠지만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남자배구 LIG손해보험의 주전 리베로로 성장했다.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은 2011~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데려온 부용찬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부용찬은 디그(서브 리시브를 뺀 나머지 리시브 전부) 중간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인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이 2위다. 배구인들은 부용찬의 이름 앞에 '제2의 여오현' '포스트 여오현'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부용찬의 수비력과 파이팅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나를 제2의 여오현이라고 하는 것은 듣기 부담스럽다"면서 "아직 여오현 선배님이랑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꼭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부용찬은 "지금도 키 얘기가 나오면 짜증이 난다.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면서 "요즘은 내 적성에 리베로가 잘 맞는다는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리베로는 화려한 역할은 아니지만 어렵게 받아내는 볼로 우리 공격수가 때려서 득점을 하면 짜릿한 희열이 있다"고 말했다. 리베로는 공격수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덜 하기 때문에 잘만 하면 선수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 여오현의 올해 나이는 33세다.

부용찬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6명의 루키 중 드림식스 최홍석, KEPCO의 서재덕과 함께 주전 자리를 꿰찬 몇 안 되는 선수다. 두 공격수는 부용찬 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부용찬은 "나는 리베로라 공격수인 홍석이나 재덕이와의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 있지 않다"면서 "나는 개인상 보다 팀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부용찬이 밝힌 리베로의 고통 중 하나는 공격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비만 하다보면 상대 공격수가 때린 빠른 공에 얼굴 등 몸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용찬은 프로에 와서 한양대 1년 선배 박준범(KEPCO)이 때린 강타를 피하려다 얼굴을 맞았다. 박준범이 경기 끝나고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다. 부용찬은 코트에서 되갚아주고 싶지만 공격할 수가 없다. 리베로의 애환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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