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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수영 3관왕(50m, 100m, 200m 자유형)을 차지했던 '한국 장애인수영의 신화' 조기성(28)이 자신의 마지막 패럴림픽 레이스에서 혼을 담은 역영을 펼쳤다. 그러나 예선 최하위에 머물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자신의 마지막 패럴림픽 수영 레이스를 펼친 조기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조기성은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부터 '마지막 무대를 후회없이 즐기자'는 생각을 했는데, 솔직히 4등 두 번하고, 지금 기록이 이렇게 나왔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지금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지난 부분에 미련을 두고 자책하면 거기서 못 빠져나올 것 같다. 오늘은 오늘로서 딱 끝내고, 나의 파리 패럴림픽도 끝났으니 빨리 잊고 떨쳐 나오겠다"고 말했다.
원래 50m 배영은 조기성의 주종목이 아니다. 정확히는 '서브의 서브' 정도다.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도 53초48로 14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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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조기성은 좀처럼 스피드를 내지 못했다. 그는 "아마도 앞서 평영(50m SB3)과 개인혼영(150m SM4)에서 받은 데미지가 좀 남아있었던 것 같다. 체력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데미지가 좀 크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기성은 지난 8월30일 열린 평영에서 불과 0.21초 차이로 동메달을 놓쳤고, 2일 개인혼영에서는 겨우 0.16초 뒤지는 바람에 4위를 차지했다. 모두 눈 한번 깜빡일 정도의 시간차였다. 조기성은 "그래도 이런 결과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자책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레이스 중반부터 조기성의 스피드는 더 느려졌다. 마치 혼자서만 경쟁의 틈새에서 빠져나와 유유자적하게 수영 자체를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였다. 조기성에게 이런 느낌을 전하며 레이스 중반이후 스피드를 내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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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엇보다 환호성이 좋지 않나. 내가 패럴림픽에 세 번 나갔지만, 도쿄대회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이 없었다. 리우대회 때보다 이번에 더 큰 함성을 받았다. 덕분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조기성의 패럴림픽 수영은 모두 끝났다. 조기성은 "언젠가 수영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028 LA대회는 계획이 없다. 지금은 좀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스포츠 심리상담사로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고 있다. 내 경험을 다른 후배에게 전달해주며 돕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수영영웅' 조기성의 패럴림픽 고별 무대는 이렇게 끝났다. 그러나 훗날 '스포츠심리상담사'의 타이틀을 단 조기성을 패럴림픽 무대에서 만날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런 날이 곧 다가오길 기대한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