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다들 '잘된 선택'이라고 할 것 같다."
김규호는 7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역도(파워리프팅) 남자 80㎏급에서 최종 202㎏ 기록으로 9명의 출전 선수 중 4위를 기록했다. 1차 시기에 202㎏을 성공한 김규호는 2차 시기 때 207㎏를 실패했다. 이때까지 4위였던 김규호는 215㎏의 기록으로 3위에 있던 라술 모흐신(이라크)을 제치기 위해 3차 시기에 216㎏을 신청했다. 혼신을 다해 바를 밀어올렸지만, 팔꿈치를 완전히 펴지 못했다. 실패. 그래도 김규호는 후회 없는 도전을 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최종 순위에서도 4위였다.
|
만 4세 때인 1985년 버스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규호는 2012년부터 2021년 가을까지 '은행원'이었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이상적인 직장'의 하나로 인식된다. 비장애인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입사할 수 있다. 김규호는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2012년 우리은행에 입사해 약 10년 금융정보팀 등에서 근무했다.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인정도 받았고, 안정된 수입이 보장됐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다쳐 장애를 얻은 아들이 사무직으로 일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에 쏙 드는 '꿈의 직장이었다.
하지만 '안정된 회사원'은 어머니의 꿈이지 김규호의 꿈은 아니었다. 그의 '꿈'은 패럴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은행을 박차고 나와야 했다. 패럴림픽 무대는 일과 운동을 병행하며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이어 "내년부터는 내가 순위권 안에 드는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패럴림픽부터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규호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세 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다.
김규호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탄과 3학년 딸 수아, 1학년 아들 찬, 이 3명 모두 안 자고 응원한다고 하더라. 시합 오기 전에 가족과 통화했는데, 아내에게 '아이들은 안 자냐'고 하니 '아빠 시합하는 것 보고 잔다'고 했다고 하더라"면서 "첫째가 '아빠, 파이팅. 힘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내(김은주 씨)도 장문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가족의 응원이 패럴림픽 무대에서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